손순효孫舜孝는 글을 잘 써 성종이 총애한 신료 중 한
사람. 『중용中庸』,『대학大學』·『역경易經』 등에 정통
성종은 훌륭한 인재를 고루 등용한 것은 물론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했다. 새
로운 정치체제를 중국의 제도를 수용해 마련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중국식 제도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여 시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 역사적 의의는 자못 크다. 그것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적·사회적 여건의 성숙과 발전이 그러한 선진제도의 수용을 필요로 하게 된 것임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고려 건국 이래 엄청나게 늘어난 새로운 정치세력을 포
용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정치체제로서는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성종대의 정치적 지배세력의 성격은 그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즉, 성종대 전반기에는 신라 6두품頭品 계통을 중심으로 한 유학자 세력이 정치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가, 후반기에는 이들 대신 개국공신(開國功臣) 혹은 호족계열 세력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신라시대에 비해 권력구조의 핵에 참여할 수 있는 신분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성종은 이와 같은 새로운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중
국의 선진제도를 도입하고, 정치·교육의 지도이념으로서 유교적 이념을 채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성종은 유학을 숭상하고 억불정책抑佛政策을 위해 연등회燃燈會 와 팔관회八關會를 폐지하 는 등, 유교주의적 정치이념을 펴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이념의 실현에 도움
을 줄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하고자 애썼다.
992년(성종 11)에 교敎를 내리기를 “학문을 많이 쌓지 아니하면 선善을 알 수 없으며, 어진
이를 임용하지 아니하면 공을 이룰 수 없다. 이로써 서울에는 학교를 열어 유술儒術을 숭상
하고, 지방에는 학교를 설치해 생도를 가르쳤다. 문예를 경쟁하는 장소를 열고, 경서經書를
연구하는 업을 넓혔다.
오히려 포부를 가진 뛰어난 선비를 얻지 못했으니 어진 이를 가로막고 재능을 방해하는 사람
이 없는지 어찌 알리요. 무릇 문재文才와 무략武略이 있는 자는 대궐에 나와서 자천自薦함
을 허한다.”라 하였다.
얼마 뒤에 다시 교를 내려 “경관京官 5품 이상에게 각기 한 사람씩 천거하게 하고, 그 덕행
과 재능은 성명 밑에 기록해 아뢰어라” 한 것 등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또한 종묘宗廟를 세우고 사직社稷을 정했으며, 태학太學에 재물을 넉넉하게 하여 선비를 양성하고 복시覆試로
서 어진 사람을 구하였다. 그리고 수령을 독려해 백성을 구휼하고, 효도와 절의를 권장해 풍
속을 아름답게 하는 등,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책을 정력적으로 편 결과 새로
운 고려왕조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993년(성종 12) 거란족이 침입했을 때 서희의 외
교 담판으로 거란을 물리쳤을 뿐 아니라 강江東 6주(州)를 얻어 영토를 넓혔다. 997년 10월에 병이 위독해지자 조카인 개령군開寧君 왕송에게 왕위를 전하 내천왕사內天王寺에 옮겨 거처
하였다.
평소 성종은 훌륭한 인재를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아끼고 소중히 여겼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손순효를 기꺼이 하며 그의 재주를 아꼈다.
손순효孫舜孝는 술을 좋아하지만 글을 잘 써 성종이 총애한 신료 중 한 사람.
손순효孫舜孝 생애 및 활동사항1451년(문종1) 사마시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고1453년(단종1)
증광 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였다. 또 1457년(세조 3)에는 감찰로 문과 중시에 정과로 각각 급 제하였다. 이어 경창부승에 발탁되고, 병조좌랑·형조정랑·집의·전한 등을 역임하였다. 1471년 성종에 17조의 시무책을 올려 채택되어 형조참의에 특진되었으나 직무상 과오가 있다 하여 상호군으로 전임되었다. 그 뒤 장례원판결사가 되어 소송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였
다. 1475년 부제학을 거쳐 동부승지·우부승지·좌승지를 지내고, 1478년 도승지가 되었다.
이어 강원도관찰사로 나가 선정을 베풀고, 호조참판·형조참판을 지내면서 왕비 윤씨의 폐위 를 반대하였다. 1480년 지중추부사로 정조사가 되어 명나라에 다녀온 뒤 공조판서·경기도관찰 사·공조판서·대사헌·한성부판윤·병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손순효는 평해 사람으로 아호는 물재勿齋 또는 칠휴거사七休居士라 하였다. 어려서부터 유달리 총명하여 이미 6〜7세에 학문에 능했다고 한다. 세조 3년(1457년)에 중시에 합격하였다.
왕에게 직언(直言)을 할 줄 아는 사람. 대나무 그림에 능하기도
성종 때 왕께서 어사주를 내리셨는데 술이 서너 순배 돌아가고 나서 손순효가 왕에게 고하였다.
“친히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라고 하였다. 왕이 옥좌에 오르고 손순효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명하였다.
손순효가 세자 연산군이 맡겨지는 일을 감당 못할 것을 알고 의자를 어루만지며
“이 자리가 애석합니다.”
하니 왕이
“나도 잘 알고 있노라.”
라고 말했다. 손순효가
“대궐 안에서 정사에 관여하여 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여자들이 극성하고 신하로서 임금에게 말 할 수 있는 길이 대단히 넓지 못합니다.”
라고 하니 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떻게 하면 이것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라고 질문하였다. 손순효가
“상감께서 잘 알고 계시다면 자연히 잘못된 것이 없어질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왕을 모시고 연회에 배석(陪席 : 웃어른 혹은 상급자를 따라 어떤 자리에 함께 참석함)했던 재상들이 손순효가 왕에게 귀엣말을 하고 용상을 어루만지는 것을 보고 모두 깜짝 놀라 왕에게 보고된 내용을 듣고자 하니 왕이
“내가, 간諫하는 것을 듣지 아니하였다.”
고만 말하였다.
손순효는 성리학(性理學 : 중국 송나라ㆍ명나라 때에 주돈이, 정호, 정이 등에서 비롯. 주희가 집대성한 유학의 한 파. 이기설과 심성론에 입각해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중시하는 실천 도덕과 인격과 학문의 성취를 역설하였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기에 들어와 조선의 통치 이념 되었고, 길재ㆍ정도전ㆍ김종직에 이어서 이이ㆍ이황에 이르러 조선성리학으로 체계화되었다)을 깊이 탐구하였으며 문장과 글씨에 능하여 성종 임금으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그는 원래 술을 좋아해서 왕이 특별히 경계하는 말씀을 내리셨는데
“이 뒤로는 술 석 잔을 넘지 않도록 하라.”고 하셨다.
어느 날 승문원(承文院 : 조선시대 외교문서를 맡아보던 기관)에서 중국에 보낼 외교문서를 준비하게 되어 있었는데 외교 문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어 왕이 편전에 나가 손순효를 불렀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짙어질 무렵에 겨우 맨 머리를 거두지도 않고 얼굴에 주기(酒氣)가 가득한 채로 나타났다.
왕이 노하여
“중국에 보내는 표문이 정교하지 못해서 경으로 하여금 개찬(改撰 : 다시 문장을 고쳐 짓는 것)하고자 했더니 경이 이같이 대취하고 또 내가 일찍이 경의 면전에서 술의 과음을 경계하였거늘 어찌하여 내 말을 실천하지 않는고.”
하고 꾸짖었다.
손순효는
“신에게 출가한 딸이 있사온데 보지 못한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오늘 딸의 집에 다니러 가서 붙들려 마시게 함으로 감히 거부하지 못하여 겨우 석 잔을 기울이고 그쳤습니다.”
라고 하였다. 왕이
“경이 어떤 그릇으로 잔을 했느냐.”
라고 물으니 손순효가
“사발로 세잔 마셨나이다.”
고 하였다. 왕이 할 수 없이
“경이 이미 취했으니 문장을 제대로 짓지 못할 것이라 마땅히 글을 잘하는 신하를 불러서 새로 짓도록 하리라.”
하셨다. 그러나 손순효는
“다른 사람을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이 깨끗이 고쳐 지어 올리겠나이다.”
고 아뢰었다. 왕이 먹을 갈아주도록 관원에게 지시하니 손순효가 서슴없이 글을 써서 바쳤다.
글을 보고 왕이 대단히 기뻐하며 사옹원(司饔院 : 조선시대 궁중의 음식을 맡아보던 관청)에 잔칫상을 갖추어 올리라고 명하였다. 그리고 손순효에게 술을 내리시고 매우 즐거워하며 잔치를 크게 베풀고 대취한 후에 잔치를 파罷하였다.
관은 좌찬성 판중추左贊成 判中樞에 이르렀으며 성종의 총애를 극진히 받았던 손순효는 성종께서 승하하시니 주야로 통곡하며 달포(한 달 조금 넘는 기간)나 아무 것도 먹지 아니하였다 한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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