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정관웅 칼럼니스트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보는 세상 – 음식문화와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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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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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웅 칼럼니스트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보는 세상 – 음식문화와 인문
음양오행을 적용하여 조화와 균형으로 꽃피운 식문화

요즘 TV를 보면 먹방 프로그램들이 시각을 통해 우리에게 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매일 무엇인가를 입에다 넣어 마시고 씹어서 삼키는 일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명유지와 더불어 심리적인 욕구 충족 및 해소를 위해 행해지고 있다.

그런나 음식은 단순히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사고에까지 영향을 준다. 결국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정신세계도 달라진다.

인간의 문화 중 중요한 부분은 음식의 산물이다. 그래서 음식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비례한다. 역사를 오래 간직한 민족은 다양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음식은 날것-익힘-발효라는 순서로 발달한다. 그래서 발효식품이 많은 나라는 음식이 발달한 곳이다. 한국의 된장과 간장, 그리고 김치는 최상의 식품이다. 김치를 비롯한 모든 제품에는 문화가 있다. 그 문화는 다름 아닌 한국의 문화 자체를 의미한다. 한국의 음식 수준은 곧 한국의 문화수준이다.

 

한국요리의 역사는 종교와 관련이 깊다.

기원전 6000년경부터 만주 남부에서 한반도에 걸치는 지역에 빗살무늬 토기를 가지는 신석기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초기시대에는 고기잡이나 사냥 등을 주로 하다가 신석기시대 후반부터 원시적인 농경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후 북방 유목민들이 청동기를 가지고 들어와 이곳의 원주민들과 서로 어울려 우리민족의 원형인 맥족을 형성하게 되었고 단군 고조선이 세워졌다.

그 뒤에 철기문화가 들어오고 부족국가 시대로 접어들어 벼, 기장, , 보리, , , 수수 등을 생산하게 되었으며 유목계의 영향을 받아 가축이 크게 발달하였다.

그 이후 농경이 더욱 발달하게 되니 풍요로운 생산을 기원하고 생산물에 대한 감사의 뜻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각종 제천 의식들이 생기게 되어 이 무렵에는 떡과 술이 있었으며 여러 가지 과일들이 특산물로 생산되었다.

그 후 삼국시대에 접어들어 이 나라에 불교가 들어오게 되었고 신라나 백제에서는 살생금지령이 내려져 불교가 식생활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시대에 이르니 불교가 더욱 융성해지고 이에 따라 육식이 쇠퇴하여 자연히 식물성 식품의 음식이 연구되었고 사찰음식이 크게 발달하게 되었다.

그 후 조선시대로 들어들면서 조선왕조는 유교를 숭상하여 식생활도 숭유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었고 차 문화가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우리의 식생활에 또 하나의 전기를 이룬 것이 고추의 전래다. 고추, 호박, 고구마, 감자 같은 식품들이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채소와 젓갈을 결합시켜 김치를 만들었으니 우리 조상이 개발한 콩장의 맛과 더불어 김치는 우리의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음식문화사란 유구한 역사와 함께 이루어진 자랑스러운 우리의 민족 문화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주 동부에 돌출한 반도로서,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하고, 기후의 지역적인 차이가 있어 각 지방마다 식물이 다양하게 생산된다. 따라서, 자연히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살린 음식들이 고루 잘 발달되어 왔다.

또한 삼면이 비다로 둘러싸여 수산물이 풍부하며, 조육류와 채소류를 이용한 조리법도 발달되었다. 장류, 김치류, 젖갈류 등의 발효식품의 개발과 기타 식품저장 기술도 일찍부터 이루어져 왔다.

특히 조선시대를 기준으로 볼 때, 궁중 음식을 근간으로 하는 궁중 반상음식과 반가음식, 일반 대중들의 서민 음식을 비롯하여 각 지역에 따른 향토 음식도 특색 있는 발달을 하여 왔다.

, 이러한 음식이 발달, 전승되어 오늘에 이르는 데는 반드시 나름대로의 과학성과 필연성이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조화와 균형의 식문화 한식

한국의 상차림은 주식과 부식으로 구성된다. 주식은 밥, 국수, , 죽 등이며 부식은 주식에 곁들여지는 음식이다. 여러 종류의 식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한 것으로 흔히 반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밥과 반찬을 동시에 상에 올리는 것을 '반상차림'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밥이 한 그릇 있으면 반찬으로 국과 김치, 나물, 조림 등을 함께 준비한다. 죽이나 국수 같은 한 그릇 음식으로 간편하게 식사를 준비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직 한 그릇만으로 식사를 끝내지는 않는다. 김치나 장아찌 정도라도 꼭 곁들여 먹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을 한 상에 차려내는 것은 한식만의 독특한 식사법이다. '소반'이라고 하는 작은 상에 밥과 반찬 두세 가지를 차려 먹는 소박한 밥상부터 수십 가지 음식을 '교자상'이라고 하는 큰 상에 올리는 화려한 잔치 음식까지 차려내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곡류 음식과 발효 음식이 발달

한국은 고온다습한 기후라 고대부터 쌀을 생산하는 벼농사가 주로 이루어졌다. 이와 함께 보리, , 메밀, , 기장 등의 밭농사도 활발했다. 목축을 위해 여러 지역을 떠돌아다니며 생활하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해 사는 문화였으므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발효 음식을 다양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곡류로 지은 밥이나 죽 등은 싱거우므로 짭짤하게 간이 된 곁들임 음식이 필요했는데 발효 식품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와 젓갈, 김치는 세계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한국의 발효 식품이다. 한식의 특징을 얘기할 때 흔히 쓰이는 '깊은 맛'이란 표현은 오랜 기간을 두고 발효와 숙성을 통해 얻어낸 발효 식품 특유의 감칠맛을 의미한다.

 

한식 상차림의 기본이 되는 밥은 육식과 채식이 잘 어우러져 있다.

한식 재료로는 곡류, 채소류, 육류, 어패류, 해조류 등이 있다. 한국인은 이런 특징을 가리켜 '육해공군'이라는 표현을 한다. , 바다, 하늘에서 나는 재료를 골고루 사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산에서 캔 식물의 뿌리나 잎, 열매 등을 생으로 먹기도 하고 데치거나 삶아서 먹기도 한다. 심지어는 말려서 보관해두었다가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난 후에 조리해 먹는 경우도 있다. 특정 종교로 인한 금기 식품이나 혐오 식품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런 이유로 한식은 아주 변화무쌍한 조리법을 자랑한다.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조리법이 겹치는 일이 그리 흔치 않은 것이다.

 

한식 밥상은 곡류, 채소류, 육류, 어류가 고루 차려진 음양오행 사상이 들어있다.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나 하늘과 땅이 되고 다시 음양의 두 기운이 목(,) (), (), (), ()의 오행을 생성했다는 음양오행 사상을 기초로 한다. 오행에는 오색이 따르고 방위가 따르는데, 중앙과 사방을 기본으로 삼아 황()은 중앙, ()은 동, ()은 서, ()은 남, ()은 북을 뜻한다. 청과 황의 간색에는 녹(), 청과 백의 간색에는 벽(), 적과 백의 간색에는 홍(), 흑과 적의 간색에는 자(), 흑과 황의 간색에는 유황(硫黃)색이 있어 이들을 오간색(五間色)또는 오방잡색(五方雜色)이라고 한다.

 

오이선

오방색과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황색은 입맛을 살리는 비타민 색이다. 카로티노이드와 루테인이 풍부한 음식은 실제로도 황색을 띤다. 전통적으로 황색은 비장과 위장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항산화와 항암 효과가 있는 재료로 알려진 당근, 호박, , 살구, 밤 등은 대표적인 황색 식재료다.

적색은 신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열정의 색이다. 적색은 심장과 소장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색 고추는 심장에 좋고 피를 맑게 해주는 식재료이다. 폐와 대장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흰색은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음식에 많다. 흰색은 몸을 깨끗하게 해주는 순수의 색으로 유해 물질을 배출하고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감소시키며 산화작용을 억제한다. , 양배추, 마늘, 더덕, 도라지는 대표적인 흰색 식재료이다.

청색은 만물이 생성하는 젊음의 색이다. 클로로필, 카테킨이 풍부한 재료로 세포를 재생시키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배추, 케일, 오이, 부추, 녹차 등이 있다. 검은색은 면역력을 높이는 색이다. 간장을 보호하고 노화와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가지, 적양파, 자색고구마, 검은콩, 미역, 다시마 등이 포함된다.

 

음양오행 배치도

약식동원(藥食同源)과 보양식

음식은 맛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먹는다는 것이 한식의 기본 사상 중 하나이다. 음식이 곧 약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좋은 음식으로 몸을 챙기려 한 선조들과 지금의 우리는 별반 다르지 않다. 몸이 찌뿌둥하고 피곤하다고 느낄 때나 체력이 약해졌다고 느낄 때 보양식을 챙겨 먹어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몸의 조화가 깨지면 병이 생긴다고 믿은 선조들은 음식을 통해 다시 그 조화를 찾으려고 했다. 따라서 음식을 만들 때는 약재가 되는 생강, 계피, 오미자, 구기자, 박하, 더덕, 도라지, 인삼, 율무, 모과, 석류, 유자, 쑥 등을 재료로 사용했다.

 

봄 나물

보양식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먹는 음식이다. 식품 자체에 들어있는 여러 성분은 몸 안에서 상호작용을 해 여러 가지 병의 증세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우리의 몸을 본래 기능대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기와 혈, 음과 양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각각의 보양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봄에 먹는 갖가지 나물은 약식동원(藥食同源)의 대표적인 식재료. 기와 혈, 음과 양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인들은 봄나물을 먹는다.

 

힘이 불끈, 한구인이 좋아하는 보양식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보양식은 역시 복날 먹는 복달임 음식이다. 복날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의 초복, 중복, 말복을 뜻한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므로 초복부터 말복까지는 대개 20일 정도가 걸린다. 삼복 기간은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로 이때의 날씨를 가리켜 '삼복더위'라고 부른다. 복날에는 특별한 음식을 장만해 먹는 것이 전통이다.

 

삼계탕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역시 삼계탕이다. 닭의 배속에 찹쌀, 마늘, 대추, 인삼 등을 넣고 물을 부어 푹 끓여 먹는 음식이다. 육개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쇠고기를 푹 무르게 삶아 건져 찢은 다음 고사리, 숙주, 파 등과 함께 고춧가루를 넣어 빨갛게 무쳐 다시 국물에 넣고 끓인 음식이다. 맵고 뜨거워 한 그릇 먹다 보면 땀이 뚝뚝 흐르지만, 그럴수록 제대로 보양했다고 믿는 것이 한국인이다. 장어 역시 보양식에서는 빠질 수 없는 식재료다. 고단백 식품인 장어는 비타민 A와 비타민 B,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피로 회복은 물론 피부미용, 노화 방지, 정력 증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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