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큐레이터를 맡은 목요문학살롱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토크를 했다. 토크 주제를 선정하고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눈으로 보는 것, 읽는 것, 듣는 것, 하물며 먹는 것까지도 사랑을 찾게 되었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도 네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말해볼래? 물었을 때, 아이들의 대답도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맞는 사랑에 대한 대답이 나왔다. “사랑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웃게 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두 글자다.” 순간적으로 대답한 대답들이다. 문학의 장르도 다 다르지만 문학은 결국 인간 사랑학으로 집결된다. 그렇듯이 각자 사랑이란 무엇인가 대답은 다르지만, 대답이 추구하는 방향은 같은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럼 철학자들은 사랑을 무엇이라고 했을까.
소크라테스와 제자 플라톤이 사랑에 대해서 묻고 대답한 것이 있다. 어느 날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에게 물었다.
“스승님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을 데리고 넓은 보리밭으로 가서 말했다.
“자 나는 이 보리밭 반대편 끝에 가 있을 테니 너는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도록 해라. 오는 동안 이 보리밭에서 가장 크고 실한 보리이삭 하나를 꺾어 오거라.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절대 뒤돌아 갈 수 없고 앞으로만 걸어가야 한다,”
플라톤은 보리밭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플라톤은 쉽게 생각했다. 보리이삭 하나 꺾어 오는 게 어찌 어려운 일이겠는가 싶었는데 결국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본 소크라테스가 물었다.
“어찌 보리이삭을 가져오지 않았느냐?”
플라톤이 대답했다.
”따지 않은 것이 아니라 따지 못했습니다.“
“왜 따지 못했느냐?”
“생각이 너무 많았습니다. 가장 크고 실한 것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뒤돌아 갈 수 없으니 괜찮다 싶은 것을 발견해도 혹시 저 앞에 더 크고 좋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랬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계속 가는데 처음에 발견했던 것만큼 크고 실한 것이 없었습니다. 결국 빈손으로 여기까지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스승 소크라테스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의 사랑이란 그것이다. 추상적인 그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모두 소크라테스처럼 철학자가 되는 것이다. 목요문학살롱 참석자들에게 물었을 때 '사랑이란 무엇이다‘라고 대답한 하나하나가 모두 공감이 가는 이유도 사랑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언젠가 “사랑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또는 “사랑은 결심이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때때로 삶의 상황에 따라 사랑에 대한 답도 달라졌고, 책에서나 영화에서나 노래 가사에서나 빠지지 않는 사랑이란 것에 대한 것은 모두 좋았다. 목요살롱을 준비하던 중 화요일에 텔레비전에서 다시 보여주는 명화로 위대한 개츠비를 보게 되었다. 책으로도 읽었고 영화로도 이번이 네 번째 보는 것이었지만, 사랑이란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두 개의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알려주고 있었는데, 그 하나는 사랑은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였고 또 하나는 야망을 잠재우는 것이다. 였다. 그처럼 사람마다 삶의 어느 길목에서 사랑이란 답이 매번 달라질 수도 있다. 때로는 사랑이란 슬픈 것이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사랑이란 기쁨이다. 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랑이란 우리의 가슴을 표현하는 하트와 같은 것이고 ’그것이 사랑이다.‘ 라고 말한 소크라테스처럼 우리는 사랑을 생각할 때 철학자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영석의 시 사랑 그대로의 사랑처럼 사랑은 그저 사랑인 것이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이른 아침 감은 눈을 억지스레 떠야하는 피곤한 마음속에도 나른함 속에 파묻힌 채 허덕이는 오후의 애뜻한 심정 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런 모습은 담겨져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층층계단을 오르내리며 느껴지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속에도 10년이 훨씬 넘은 그래서 이제는 삐꺽대기까지 하는 낡은 피아노 그 앞에서 지친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내 노래 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런 마음은 담겨져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느낄 수 있겠죠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도 느낄 수 있겠죠 비록 그날이 우리가 이마를 맞댄 채 입맞춤하는 아름다운 날이 아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잊혀져가게 될 각자의 모습으로 안타까워하는 그런 슬픈 날이라 할지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 합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건 당신의 사랑을 받기 위함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그대로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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