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5일 전남경찰청장으로 취임한 김남현(55) 청장이 지난 9월 3일 강진경찰서를 방문했다. 김남현 청장은 본가가 강진 칠량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함께 본가를 찾아 성묘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강진이 마음의 고향이 되었다는 김 청장은 2008년 총경 승진하여 강진에서 1년간 초임 서장을 역임했다. 전남청장 취임 2개월, 강진경찰서장 10년 만에 강진경찰서를 방문한 김남현 청장에게서 고향으로 돌아와 전남치안을 총괄하게 된 소감 및 전남 및 강진 군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질1> 고향 전남지역에서 치안을 총괄하게 되셨는데, 소감은?
강기옥 시인은 ‘행복’이라는 시에서 ‘고향은 편안한 어머니 가슴’이라고 표현 했습니다. 어머니만큼 항상 그립고 고마운 존재가 고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고향을 떠난 지 40여 년 만에 나고 자란 곳에 다시 와 근무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현재 전남지역 치안은 대한민국 그 어느 곳과 견주어도 매우 안정적입니다. 그간 전남경찰 동료들의 고민과 노력이 쌓이고 모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전남 치안의 책임자로서 왔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치안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을 제 1의 목표로 삼고 전남경찰 동료 6,200여 명과 함께 고향, 즉 어머님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소임을 다 하겠습니다.
<질2> 자치경찰 추진단장을 역임하셨는데, 자치경찰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국가경찰 제도로서 중앙에서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면 자치경찰 제도는 자율과 책임의 원리를 바탕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뽑은 자치단체가 관할지역 내의 치안서비스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제도로서, 치안행정의 민주성과 분권성 · 주민 지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치경찰제도는 ‘광역단위의 이원화된 자치경찰 모형’입니다. 즉 광역시·도 내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국가경찰은 전국적 통일이 필요한 중대 긴급한 사건을 처리하고, 자치경찰은 지역에 특화된 주민 지향적 치안사무를 담당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치안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치안서비스가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자치경찰 도입 안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경찰법)’ 전부 개정안에 담겨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계류 중인데, 국회 사정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라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법안이 통과 되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면 시행에 앞서 일부 광역시·도에서 시범운영을 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전남이 시범운영에 참여 할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남지방경찰청에서는 전라남도와 ‘자치경찰 추진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협업이 필요한 사항을 수시로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였습니다.
자치경찰제 시행에 필요한 조직·인력·사무 등에 대하여 도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면서도, 혹시라도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인한 치안공백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질3>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견해 및 현재 진행상황은?
우리나라는 수사에서 기소까지 형사절차 전반을 검찰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Mike Weisbart(前 Korean Times 칼럼니스트)는 ‘한국 형사사법제도 문제점의 근원은 바로 사회의 건강을 해칠 정도로 막강한 한국 검사들의 권력이다*’라고 까지 했습니다.
* UN 인권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하여 작성한 칼럼 ‘Justice Still Eludes Koreans(정의가 아직도 한국인을 외면하고 있다) 中
검찰이 절대 권력을 가지는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제도는 분권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형적 제도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할 때 통치를 용이하게 위해 만든 조선형사령(1912년)에 기인합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지난 2019년까지 이러한 형사체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전관비리, 제 식구 감싸기 등 폐단이 발생하였음에도 검찰에 대한 견제나 감시가 불가능했던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사권 조정을 통해서 경찰은 수사에 관한 책임성과 전문성을, 검찰은 기소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경·검간 견제와 균형, 협력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불기소가 명백한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신속하게 종결되어 이중조사로 인한 피해가 사라지고 경찰과 검찰의 책임소재가 명확해지면서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됩니다.
현재 수사권 조정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되다가, 지난 8월 31일 활동기한이 종료되어 법제사법위원회로 이관 되었습니다. 국회법 관련규정의 해석에 따라 이르면 금년 10월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국회 표결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경·검 수사권 조정에 국민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리며, 경찰은 이를 계기로 공정하고 책임성 있는 수사로 보답 하겠습니다.
<질4>전남경찰청장으로서 도민을 위해 펼치는 중점 치안정책은?
앞서 언급했듯이 전남지역 치안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대표적 치안 지표인 6대 범죄 발생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16년 17,270건, 17년 15,354건, 18년 15,241건) 2018년 인구 10만 명당 5대 범죄 발생률도 0.84건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전국4위)입니다.
우선 도민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 112신고라 생각합니다. 단 1분 1초가 급박한 결정적 순간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선의 조치를 위해 112를 포함한 현장대응체제 전반을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전남은 전형적인 도․농 복합지역(5개 시 17개 군)으로 지역마다 생활여건과 치안수요가 달라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치안시책이 필요합니다.
치안유지라는 큰 틀 안에서 농·축산물 절도·노인·도서에 특화된 시책을 추진하고, 아동·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체계를 고도화 하는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농·축산물 절도>는 사건이 발생하면 농민의 재산상 손실뿐만 아니라 정신적 상실감이 매우 크기 때문에 예방활동이 매우 중요 합니다. 수확기(9∼11月)를 맞아 범죄에 취약한 농산물 건조·보관 장소 위주로 맞춤형 예방활동을 펼치고, 부족한 범죄예방 시설을 확충 할 예정입니다.
<노인안전>은 22개 시·군 중 고흥과 나주 등 무려 18개 시·군이 고령화 인구, 즉 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입니다. 11개 군은 고령화 비율이 30%를 넘어서 4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남은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전국 평균 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18년 전남 교통사고 사망자 335명 중 노인 168명(50.1%) / 전국 44.5%
농촌 지역 찾아가는 맞춤형 교통안전 교육·고령운전자 면허반납· 고휘도 반사지 부착·무료 안전모 배부 등 ‘교통안전 UP, 교통사고 DOWN’ 정책 추진을 통해 취약점을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치매노인 실종 예방 및 조기발견을 위해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한 배회감지기* 보급을 확대하고 있고, 군·소방 수색견을 활용하기 위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실종사건 발생 시 배회감지기를 활용하면 평균 발견시간 11.8시간→1시간 이내로 단축
<도서치안>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섬이 4번째로 많은 국가이며, 그 중에서도 전남은 전국 섬의 64.5%(2,165개)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남지역에 경찰관이 배치되지 않은 유인도서가 140개소가 있습니다.
이런 특성에 반영해 ① 도서권 상시적 순찰체계 확립, ②시민 참여를 통한 신고망 구축, ③인권침해사범 단속․수색, ④ 섬 지역 교통사고 예방, ⑤기관 간 협력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도서지역 종합 치안대책’을 추진하겠습니다.
<사회적 약자 보호> 장애인·아동·외국인·범죄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활동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입니다. 각 기능별로 산재되어 있는 정책을 통합하고 초동조치부터 사후관리까지 종합·입체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 할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현실적으로 지원·연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지원의 범위를 공적 外 지원까지 확대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이에 대한 도민·자치단체·교육청·유관기관·사회단체 등의 이해를 돕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 할 예정입니다.
범죄와 위험으로부터 도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 전남경찰의 존재 이유이자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전남경찰은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소통 활동을 전개하겠습니다.
<질5> 강진경찰서장을 역임한 후 10년만에 방문하셨는데, 강진군민과 강진경찰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강진경찰에게>
제가 평소 애독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서 저에게 진한 울림을 전해준 한 구절을 인용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여 주민들에게 나아가 그들의 생활을 살펴보고 서로 의논하면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없으리라’(溫其顔色 以詢以訪 則民無不悅矣, 律己 第1條 飭躬)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공감하여 적극적으로 의논하고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공직자상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오늘날 강조되는 현장중심의 찾아가는 눈높이 행정·소통 행정·적극 행정으로 강진경찰 여러분들에게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는 교훈입니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그 책임을 다해야 하고,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에 임해야 합니다. 국민의 편에서 그들과 공감하고, 국민의 봉사자로서 늘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강진군민에게>
현대 사회는 불확실성에 기초한 ‘초위험사회(super-risk society)이며,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은 전통적인 범죄 뿐 아니라 메르스‧지진‧원전사고‧각종 포비아(Phobia) 등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에는 ‘경찰’만이 치안의 공급자이고 ‘시민’을 법집행의 대상으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경찰’과 ‘시민’이 우리 공동체를 함께 지켜나가는 개념으로 치안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경찰의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만으로 치안을 완벽히 수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경찰이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말처럼 자율방범대·녹색어머니회·모범운전자 연합회 등 협력단체들 뿐만 아니라, 군민들께서도 다양한 의견제시와 참여를 통해 강진지역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질6> 강진서장 재직 시 추억이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저는 본가가 강진 칠량입니다. 어린 시절 명절이면 부모님과 함께 본가를 찾아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고 성묘도 하면서 자연스레 강진이 제 마음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2008년 경찰서장이라는 직책으로 강진을 찾게 되었을 때, 경회당 김영근 선생님의 금릉팔경 제4수* 시비(詩碑)를 보며 ‘내가 고향에 왔구나’ 하는 감격도 있었지만 공직자로서 더 열심히 일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컸었습니다.
*구강어화(九江漁火) : 구강포에서 불을 밝힌 어선의 야경, 강진의 아름다운 모습인 금릉팔경 중 하나
고향을 공무로써 방문하였다는 책임감으로 당시 저를 포함한 강진경찰 140명이 하나로 뭉쳐 군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그 결과 전남 관내 21개 경찰서 중 교통사고 감소율 2위를 달성하였고, 2008년 경찰서 치안성과평가 시 3급지 중 유일하게 S등급**을 받아 모두가 기뻐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2006년 성과평가제도 시행 이후, 강진서는 2008년, 2013년 2차례 S등급 받음
지난 9월 3일 치안현장 방문으로 강진경찰서를 찾았는데 예전 직원들이 다수 그대로 계셔서 매우 반가웠습니다. 간담회 자리에서 서장님 이하 직원들이 잘 해주고 계시지만 조금 더 자주 주민과 만나고, 치안문제를 같이 논의해 주실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런 공동체 치안 활성화를 통해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만들어 질 것입니다.
저도 전남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강진을 포함한 전남 도민들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면서 소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로필>▲광주 금호고 졸업▲경찰대학 행정학과 졸업▲연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법학박사)▲전남 강진경찰서장▲주 밴쿠버 총영사관 경찰영사▲서울 광진경찰서장▲광주지방경찰청 제1부장▲주 중국 대한민국 대사관 경찰협력관▲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
인터뷰 대담: 이현숙 취재부장
범죄와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전남, 지역사회 협력 필요
고향을 공무로써 방문하였다는 책임감으로 최선... 지난날 강진서장 역임에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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