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가 동산을 보시한 후 이와 같이 생각했다. 부처님이 만약 허락하여 주신다면 나는 장식하고 싶다. 그리하여 부처님께 가서 말씀을 드렸다. 이에 부처님은 뜻대로 그림을 그리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허락을 들은 다음 온갖 채색을 모으고, 아울러 화공(畫工)을 불러서 어느 채색으로 그리는 것ㅇ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어디부터 제작하여 어떤 것을 그리고 싶으시냐고 다시 물었다. 장자가 나는 잘 알지 못하겠으니 마땅히 부처님에게 가서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장자여 문의 양쪽에는 집장약차(執杖藥叉)를 그리고, 그 옆의 한 면에 대신통변(大神通變)을 그리며, 또 한 면에는 오취생사(五趣生死)의 수레바퀴를 그리고, 첨하에는 본생사(本生事)를 그리며, 불전의 문 옆에는 지만야차(持鬘夜叉)를 그리고, 강당에는 늙은 비구의 법요를 선양하는 그림을 그려라. 식당에는 음식 든 야차를, 창고문에는 보배를 가진 야차를, 안수당(安水堂)에는 물병을 가진 용이 묘한 영락을 붙인 그림을 그리고, 욕실과 화실에는 천사경(天使經)의 법식에 의한 그림과 약간의 지옥변상(地獄變相)을, 첨병당(瞻病堂)에는 여래가 몸소 병을 간호하는 상을, 대소행처(大小行處)에는 시체의 모습을, 방 안에는 마땅히 흰 뼈와 해골을 그려라.
최초의 불교그림이자 불교벽화인 기원정사의 벽화에 관한 기록으로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라는 경전의 내용이다.
위의 글 내용에서 불교벽화의 기원은 불교의 발생시기부터이고, 최초의 불화는 바로 사원에 그려진 벽화였다.
그러므로 사찰에 그려진 불교벽화는 미술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또한 종교화로서의 그 내용은 불교사상을 밝혀주는 자료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불화의 재료면에서 볼 때 벽화는 종이나 비단 등의 회화 자료가 나오기 전부터 그려졌기 때문에 초기 불화의 성격과 양식 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무위사 극락전 아미타삼존도
무위사 극락전은 후불벽화를 비롯한 내벼긔 벽화가 온전히 남아있어 조선시대 사찰벽화의 양상을 알려주는 불교벽화의 보고(寶庫)이며, 조선 초기 사찰벽화의 배치형식 및 양식의 기준이 되는 전각이다. 후불벽에는 아미타삼존도, 그 뒷면에는 수월관음도, 좌우측벽에는 설법도와 아미타래영도(阿彌陀來迎圖), 그 위쪽으로는 오불도, 공양화, 비천도, 그리고 그 좌우에 관음 · 세지 · 지장보살과 같은 보살도. 포벽에는 부롸상 등 크고 작은 공간에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러므로 무위사 극락전은 아미타 사상이라는 통일된 주제로 장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후불벽 전후면과 좌우측의 ur화 이외는 모두 벽에서 분리하여 보호각에 보존하고 있다.
아미타삼존 후불벽화는 본존인 아미타불좌상을 중심으로 입상의 관음과 지장보살이 협시한 삼존을 이루고, 화면 상부에 성문중이 좌우 세 명씩 배치된 간결한 형식이다. 본존의 당당한 신체와 원만한 얼굴. 단정하고 섬세한 이목구비의 표현 등에서 불의 위엄과 덕성이 훌륭하게 드러나고 있다.
무위사 아미타삼존 후불벽화는 본존의 대좌에 기록된 화기에 의해 1476년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좌우대칭의 안정감 있는 구도, 단정하고 균형잡힌 존상의 모습, 유려하고 정제된 필선, 온화하고 세련된 색감 등 조선 초기 불화의 양식을 알려주는 데 매우 귀중한 벽화이다.
<구성 :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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