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도 선후배가 있는데 나이가 먼저냐? 등단이 먼저냐?”
현대시인, “갓 쓰고 나팔까지 불면 시인이 아니라 광대가 된다”
김관식 평론가, 사이비 시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 시집 ⌜시인백서2⌟ 출간
평론가이자 아동문학가이며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관식 선생이 지난 3월 사이비 시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 시집 ⌜시인백서2⌟ 출간했다. 시집으로는 제8시집이다.
125편으로 된 이 시집에서 김관식 선생은 시인의 갈 길을 제시하면서 요즘 시인들의 작태를 통렬히 비판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시비’란 시에서
시비라면 적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김영랑 시나 김현구 시인 정도라면 몰라도 엉터리 시로 시비 세우면 두고두고 손가락질 당한다는 지적부터 살펴본다.
엉터리 시로 시비 세우면 / 두고두고 손가락질 당한다 // 자기가 쓴 시가 돌에 새겨져 / 영원히 남는다는 / 어리석은 생각으로 / 시비 세우고 // 죽은 뒤에도 자자손손 / 손가락질 시빗거리// 죽은 뒤에 세우는 / 묘비명은 / 자신이 세우는 ㄱ서이 아니라/ 후손이 세우는 것이다// 생전에 세운 시비/ 살아있는 자신을 속여/ 시를 새겨놓은 것이니/ 죽은 뒤에도/ 두고두고 부끄러워집니다//
이와 같은 시는 실제 남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로써 등단하자마자 시비를 세운 시인을 문단의 중견시인들이 대단히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은 시를 쓰지 않는 일반인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서 “나도 시비를 세운들 누가 뭐라 하겠느냐”고 조롱하는 일이 빈번한 일어나고 있다.
‘질서’라는 시에서는,
문단도 선후배가 있는데/ 나이가 먼저냐? 등단이 먼저냐? 작품이 먼저냐?/ 나이 먹어 퇴직하고/ 늦깎이 등단 시인/ 나이 값 선배 노릇// 젊은 나이 등단한/ 오랜 경력 시인이 등단선배이건만// 나이 먹은 시인 인생 선배로 대접했더니// 문단 산배로 꼴값 떤다// 잡지창간 시인 권력 짧은 문단법으로// 문단선배 노릇/ 시단 질서 어지럽히는 모리배// 인격순 등단순/ 시단이 바로 서야/ 시인이 존경받는다//
이 같은 현상도 문단내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노래한 시이다. 특히 불교에서는 제아무리 나이가 먹은 스님도 법랍에 따라 나이 적은 스님을 공경해야 하고 질서 또한 엄격하다는 점에서 공감을 주고 있다.
‘시인의 종류’란 시를 읽어본다.
시인도 시 장르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시를 쓰면 시인/ 시조 쓰면 시조 시인/ 동시 쓰면 동시인/ 동시인은 아동문학가라고 칭호 하나 더 붙인다// 시 안 쓰고 시인 노릇만 하면/ 장롱시인/ 시인의 공식 면허는 신춘문예 출신시인// 문예잡지에서 뽑는/ 시인등단제도/ 문예잡지 권위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공신력 없는 문예잡지/ 등단시인 짝퉁시인// 짝퉁시인이/ 진짜시인처럼 더 극성이다//
비록 공신력이 없는 문예지에 등단해도 시인으로 인정을 받긴 하지만, 실력이 아예 뿌리조차 없는 시인이 등단 절차를 갖는 경우는 차라리 비극이다. 제자를 가르친답시고 글을 고쳐 등단시키는 과정에서 문예지 편집자에게 통사정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시인 지망생들은 문학이 이렇게 흘러가도 되는가 싶어 깊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이비 시인’이란 시는 작금의 사이비 시인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시 못 쓰는 시인이/ 더 요란하다// 시인 노릇 혼자 다 한다/ 문학단체 명함 내밀고/ 혼자 입으로 몸으로 시 쓴다// 문인 모임 목소리 크고/ 시 낭송으로/ 혼자 기분 낸다// 문학활동 내세우며/ 시보다 명함 앞세우며/ 자기를 내세운다/ 정치인 같은 시인/ 시인정신이 없다//
사이비 시인의 정의를 내리는 이 시에서는 ‘정치인 같은 시인은 시인정신이 없다’라는 구절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시인의 길을 제시하는 시도 수록했다. ‘참시인’이란 시에서,
시인은 가장 낮은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시인이 높은 자세로 시를 쓰면 시는 조롱거리가 된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을/ 따뜻하게 품어/ 위로해 주는 시인이/ 참시인이다// 참시인은/ 많은 사람의 눈을 뜨게 한다/ 어둠 속에서 밝은 빛을 비추어준다// 때로는 투사가 되기도 하고/ 예언자가 되기도 한다//
‘시의 품격’의 시에서도 시인의 길을 밝히고 있다.
시의 품격과/ 시인의 인격이 일치하면/ 시대를 초월하여 존경 받는다/ 한용운 시인이 그렇고/ 윤동주 시인이 그렇다// 시의 품격은 높으나/ 불우한 삶을 살다 간 시인의 시도/ 사랑받는다/ 천형의 한을 품고 살다간 한하운/ 절절하게 심금을 울린 김소월/ 괴짜시인 대한민국 김관식/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속물시인의 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올곧게 지조 지키고/ 시와 시인의 인격이 일치한/ 일제 강점기 수많은 민족저항시인들/ 해방 후 조지훈, 박두진/ 시인은 죽어서 시를 남겼다// 명시를 남길 것인가?/ 시민단체 명함을 남길 것인가?/ 독자가 없는 시집을 남길 것인가?// 시의 품격은/ 시인의 인격이다//
김관식 평론가는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조선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석사, 숭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으로 2019년 김우종문학상을 수상했고, 2017년 황조근정 훈장을 받았다. 등단은 197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입상, 계간 ⌜자유문학⌟ 신인상(1998년) 시 당선이다. 그동안 동시집, 평론집 등 수 십권의 저서가 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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