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동백꽃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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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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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여인
김정동(강진군 대구출생/ 전 광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나는 동백꽃을 좋아한다. 겨울을 뚫고 피어난 붉은 생명력을 사랑한다. 동백꽃은 영암의 망호리 참빗으로 곱게 가르마 탄 머리에 아주까리 동백기름 좌르르 발라 단장하고 열여섯 살에 시집가신 우직하고 대쪽같아, 참고 견디는 자존심밖에 모르시던 어머님 꽃인지도 모른다.

월출산 밑의 개신리 문화류씨() 집안에서 아들이 없는 자매로 태어났으니 그 시절 사랑이나 톡톡히 받았겠는가?

장흥군 관산읍 지정리에서 대대손손 살아오던 김해김씨 집안에 11살 차이의 아버님에게 시집오셔서 인근 바닷가에서 해의()도 하시며, 큰부자는 아니었지만 할머님의 고약스런 시집살이도 잘 견디시며 살아오셨단다.

추석 철이 다가오면 귀하디 귀한 등불을 마당에 메달아 동네 처녀들이 강강수월래나 밤놀이도 맘껏 할 수 있게 배려해 주셨다고 하니 인심 좋은 집안이었나 보다.

그러나 아버님은 1901년생, 그 시절은 암울한 일제 시대가 아닌가? 일제의 강제 징용 대상으로 뽑혀 장흥 회진항에서 배를 타게된 것을 일본 순사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그 날 밤으로 도망하는 처지가 되었단다. 임신중(형님)인 어머님과 누님을 데리고 관산 부평리 골치재(골투재)와 칠량면 명주리(사구시) 큰재를 넘어 찾은 곳은 강진군 대구면 용운리 항동의 산골마을, 천관산 줄기의 천태산(天台山) 밑이며, 산세가 험하고 외지인의 발길이 닿지도 않으며, 물이 한 곳으로 흐른다하여 한골(항골)이라고 불렀는데, 고려청자를 구웠던 사람들이 산비탈에 오두막 집을 짓고 가난하게 사는 곳이니 도망자가 숨어 살기는 아주 적합하였으리라.

산 속에 몸을 숨기고 엽총 한 자루에 멧돼지 사냥이나 하면서 한 잔의 술로 울분을 삭히며 사셨단다. 세월이 흘러, 여순 반란 시에는 군인들이 이 마을까지 들어왔었고, 빨치산들이 천태산을 점거하고 밤이면 내려와 마을 사람들을 괴롭힐 때는 아버님께서 6km나 떨어진 대구지서에 연락하셨고, 빨치산 토벌을 위해, 군경이 마을에 상주시는 취나물 된장무침에 보리밥이라도 제공하니 지서에서 칭찬을 하였으며, 덕분에 빨치산들은 부용산 (칠량삼흥,용산면어산)으로 도주하였으나 도주하면서 총격으로 몇 집이 불탔고, 마을의 백용문씨 등 몇 분이 희생되기도 했단다. 아버님은 산골마을에 숨어 술로 세월을 보내시다가 삼남매만 남겨두고 한 많은 세상을 떠나시니 어머님은 고생뿐인 삶이었지만, 굶어 죽을지언정 남의 손가락질 받기 싫어 험한 산 속에서 산나물이나 약초를 캐어 내다 파셨단다.

어린 시절 문득 잠이 깨었을 때, 밤잠을 안 주무시고, 신세 한탄 하시며, 읊조리던 슬픈 콧노래가 제일 듣기 싫어 어머님 입을 틀어 막곤 했었다. 어머님은 어쩜 가슴에 진한 피를 간직하고 사셨는지 모른다. 잠 못 이룬 한밤중 어김없이 긁히는 가슴패기 저 밑바닥에서 넘어오는 쓴 물, 맷돌을 얹어 놓은 것처럼이나 무겁고 답답한 가슴은 숨을 내쉬어 보아도, 일어나 앉아 보아도 어찌할 수 없는 가슴 애피, 서러운 세상을 혼자 안고 사셨는지 모른다.

어서 크고 바삐 커라 불쌍한 내 새끼들!”

내가 동백꽃을 처음 본 것은 우리 집 마당에 마련된 누님의 초례청(醮禮廳)이다. 누렇게 빛바랜 광목천을 기다란 간짓대에 걸쳐 차일(遮日)을 치고, 옹기로 만든 시루를 엎어 숭숭 뚫린 구멍에 잎이 달린 댓개피와 꽃이 만개하거나 아직 피지 않고 송이송이 달려 있는 동백나무 가지를 꽂아서 장식을 하였고, 보자기 속에서 영문을 몰라 고개를 빼꼼하게 내밀고 눈을 꿈뻑 거리는 오리, 그리고 조롱박에 끈을 묶어 만든 술잔이 전부였다. 별로 알아듣지 못할 혼례식사(式辭)를 아랫마을 아제는 하고 계셨고,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얹은 신랑 신부의 맞절과 함께 조랑박의 술잔이 오갔다. 매형네는 우리 집 작은 방에서 사셨는데 나와 큰 조카는 다섯 살 차이였다. 어머님께서 장날에 주먹만 한 눈깔사탕을 사오셨고, 챙이()를 한 번 쓰고 있기만 하면 맛있는 사탕을 주신다는 것이었다. 영문을 모른 채 좋아하였으나, 산모(누님)의 유두가 짓물러져 갈라지고 통증이 심한 것은 내가 나무를 잘라 팽이를 깎거나 바람개비를 만들기 위해서 빼막질(낫으로 자르거나 깎는 일)을 해서 부정을 탔다는 언덕 집 사이비 점쟁이 아짐의 귀띔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고, 가위에 실을 묶어 뱅뱅 돌리는 가위 점을 한 후, 챙이()를 나에게 씌우고는 함지박으로 물을 끼얹는 바람에 깜짝 놀랐었다. 그 후 절골(정수사)에 가서 동백꽃 봉우리 떨어진 것을 주워다가 약한 불에 뭉근히 달여서 먹기도 하였고, 바른 후에 깨끗하게 나아서 조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으니, 점쟁이 아짐의 방패가 효험이 있었던 것일까?

강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피어서 4월 중하순까지 계속되지만 3월 달에 가장 많이 핀다. 푸른 하늘 아래 핏빛처럼 붉게 피는 동백꽃은 세 번 핀다고 생각한다. 나무에서 피는 것이 한 번이요, 가장 찬란한 순간에 통째로 떨어져 나무 밑에서 오랫동안 뒹구는 것이 두 번이며, 산야에 풀빛 살아나는 삼월의 하늘 아래 동백기름 좔좔 바른 어머님 생각나는 것이 세 번이 아닐까?

치매와 대퇴부를 다쳐 요양병원 신세를 지고 계신 곱디 고왔던 초례청(醮禮廳)의 동백꽃 여인(누님)이여 3월의 동백꽃이 또 한창입니다. 훌훌 털고 일어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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