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를 건너 가우도를 반 바퀴 걸었다. 다리를 건널 때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땀으로 짜증나있던 기분을 풀어주었다. 뻥 뚫린 바다와 그 위를 찰랑이는 파도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았다.
바다 냄새를 실컷 맡고 난 후 치즈공장에 가서 치즈 만들기 체험을 했다. 정확히는 치즈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배우고, 굳은 치즈 조각을 직접 따뜻한 물에서 늘려서 스트링치즈를 만들어보는 체험이었다. 사실 나는 치즈 만들기 체험보다 치즈 공장안을 둘러보며 직접 치즈를 제조하는 기계나 포장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 좀 더 재밌었다. 치즈는 모두 똑같이 제조하는 줄 알았는데 피자치즈 스트링치즈 슬라이스치즈 등 각각 다른 제조 과정과 포장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치즈만들기와 영랑생가 방문이 끝난 뒤, 드디어 기다리던 푸소 체험 집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할아버지께서 깃발을 들고 마중 나와 계셨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이틀 동안 지내는 동안 정말 할머니 댁에 와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아침에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눈 뜰일 도, 알람소리를 듣지 못해 들려오는 엄마의 따뜻한 잔소리도, 시간에 쫓겨 맛을 음미할 수 없었던 아침식사의 촉박함도 없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었다.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나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따뜻한 아침밥을 여유롭게 즐기다가 할머니를 도와 마늘을 뽑으러 갔다. 밭이 생각보다 굉장히 넓어서 순간 깜짝 놀랐지만 할머니를 위해 다 같이 열심히 땀 흘리며 마늘을 뽑았다. 뽁뽁 잘도 뽑히는 마늘이 고마웠지만 간혹 뽑히다 너무 뚱뚱해서 끊어진 것들은 호미로 혼내주었다. 몇 분도 채 안돼서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몸을 뜨겁게 달구고, 허리가 구부정한 자세로 있는 힘껏 마늘을 뽑으니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허리가 콕콕 쑤셨다. 그래도 밭에 있는 마늘을 모두 뽑고 나니 보람 있었다. 잠깐의 노동이었지만 아직 어리고 팔팔한 나도 이렇게 힘든데 나이가 들어 몸이 힘드신 데도 매일매일 농사를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겠다.’ 라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100번 말로 듣는 것보다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말처럼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더 깊게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마늘은 뽑고 나서 할머니께서 고생했다고 직접 키우신 시골 닭을 잡아서 백숙을 해주셨다. 마트에서 파는 닭보다 2배는 더 크고 싱싱했다. 항상 깃털이 뽑힌 맨살의 닭만 보다가 직접 장갑을 끼고 손으로 닭털을 뽑아보았다. 한번 뜨거운 물에 데친 닭은 털이 쑹쑹 잘도 뽑혔다. 크고 예쁜 털이 뽑힌 닭은 조금 초라해보였다. 원래 ‘새들은 털이 뽑히면 초라해진다.’는 말이 이런 말 인가보다. 닭백숙은 기다린 만큼 정말 맛있었다. 피로가 닭 한 마리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시원하게 씻고 나와서 우리는 할머니가 직접 재배하신 감자를 간식으로 먹었다. 요즘 감자가 잘 나오지 않아 금자라던 감자를 배터지게 먹으니 행복했다.
깜깜해진 저녁에는 각자의 소원을 적은 풍등을 날려 보냈다. ‘친구들과의 우정이 영원하게 해주세요,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원하는 대학에 꼭 갈 수 있게 해주세요, 간호사가 되게 해주세요’ 라는 나의 소원과 친구들의 소중한 소원을 적어 저 하늘 위로 날렸다. 우리의 소원을 담은 풍등은 별처럼 빛나며 달을 향해 날아가다 사라졌다. 푸르른 강진 숲 어딘가에 우리의 예쁜 소원이 적힌 풍등이 있을 것이다.
강진에서 느꼈던 소중한 체험들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편안한 체험이었다. 강진 푸소 체험도시에서는 쉽게 체험해 볼 수 없는 신기하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 푸소 체험을 통해 그 곳에서 느꼈던 경험들과 친구들과의 추억, 따뜻하게 반겨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함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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