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군동면 향우회장은 최근 <황주홍 국회의원께 호소합니다>란 제목으로 지역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상임고문단, 고문단, 자문위원단, 회장단, 국장단, 산하단체장(여성회, 청년회, 산악회, 골프회)의 명칭까지 보태진 이 광고는 이미 강진고을신문 6월 27일자 1면 광고에 실린 것으로 그 내용을 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고 내용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시목 동동 생동 오산 남향 주민들의 간절한 숙원 사업을 해결해 달라고 황주홍 국회의원께 호소하는 호소문이었다. 그런데 재경 군동면 향우회장은 전후 절차를 밟지 않고 그 호소문을 그대로 베껴 실은 것이다. 전후 절차란 광고 내용을 그대로 싣고자 했을 경우 해당 지역 이장이나 마을 주민에게 그 의사를 밝혔어야 했다는 점이다. 또한 호소문을 직접 작성한 작성자의 허락을 받았어야 함에도 마치 고향사랑에 큰 관심이 있는 양 광고를 실은 것이다.
물론 재경군동면 향우회장의 말대로 고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순수한 의도에서 했다는 점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 호소문이 작성되기까지는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였고, 5개 마을 이장들의 의견을 모았으며, 프랑카드를 준비해 바짝 말라버린 저수지에서 마을 주민들이 모여 사진을 찍는 등 중지를 모았고, 황주홍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전달했으며, 강진연락소장과 관계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와 마을 주민과 얘기를 나누는 등 일렬의 과정이 있었다. 또한 워낙 시급한 문제였기 때문에 강진원 군수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5개 마을의 농민들이 살 길은 시목저수지의 확장이다>의 간절한 소망을 이뤄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상황이었다.
재경군동면향우회는 <호소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베끼는 과정에서 <이뿐만 아니라 군동면에 위치한 15개 저수지도 가뭄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도록 아울러 확장해 주십시오>란 말을 한 줄 삽입하였다. 이는 참으로 군동면 현 실정을 전혀 모르는 황당무계한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시목저수지의 확장까지 찬물을 끼얹는 얼토당토 않는 말인 것이다.
확장은 단순히 저수지의 바닥 흙을 떠올려 저수량을 늘이는 것이 아니라 저수지의 크기를 확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15개의 저수지를 확장할 경우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일이요, 지리적으로 하기에도 어려운 일이다. 시목 저수지의 확장만 해도 어림잡아 수 십억이 드는 일인데, 15개의 저수지를 확장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하겠는가. 그러잖아도 군동 양산 부근에 대대적인 확장 공사가 끝났고, 성전 월남리 저수지 경우에도 확장할 예정인데 2.6배 확장에 국비 484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확장은 그만한 지리적 조건과 물의 수요량 등이 부합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군동의 5개 마을 주민들의 소망은 시목 저수지의 확장이지 15개 저수지의 확장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통해 시목저수지의 확장까지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이 이러할진대 군동면 향우회장은 현지 상황을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도용해 마치 그것이 고향사랑인 것처럼 포장한 처사는 빈축을 사도 마땅할 것이다. 도용에 대해 항의하자 회장은 “취소 광고를 내되 고을신문으로 인해 취소광고를 낸다는 말을 하겠다”는 등 엉뚱한 말을 하는가 하면 광고내용 조차 모르고 사무총장에게 확인을 하겠다는 등으로 발뺌을 하고 있다.
군동 시목마을 저수지 확대에 대해 전혀 진행 상태나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광고를 낸 재경 군동면 향우회장은 가뭄에 시달린 군동의 어떤 주민에게도 위로의 말 한 마디도 없었고 방문도 없었다. 단순히 남의 글을 도용해 마치 재경 군동면 향우회가 고향 사랑에 앞장 선 것처럼 보인 것이다.
안토중천이란 말이나 수구초심이란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고향사랑은 누구나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고향사랑은 먼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그것인 것이다. 그래서 군동의 다섯 개 마을이 극심한 가뭄으로 괴로워하고 고통을 느끼는 상황을 보도를 통해 알았다면 먼저 그들에게 전화를 해서 위로를 한다든지, 찾아가서 막걸리 한 잔이라도 나누며 정황을 듣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서 앞장서서 대변해 주는 일이 진정한 고향사랑일 것이다. 과거 청자축제 때면 재경강진군향우회장이 자비원 등을 방문해 위로하는 것 등이 고향사랑의 진정한 모습인 것이다.
이번 일은 시목마을 사람들로부터 분노를 느끼게 하고 허탈감을 느끼게 했다. 시목마을의 한 주민은 “누가 광고를 해달라고 했느냐”며 “진정으로 도와주려면 찾아오든지 전화를 해서 전후 사정을 알아야하는 게 급선무가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린 것만 보아도 일 추진을 위해 얼마나 예민해 있고 얼마나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마을 주민은 “우리들의 입장을 광고로 내고, 그 문안을 베낄려면 당연히 말 한마디는 있어야 하는 것이 순리지 않겠는가”고 분통을 터뜨린 점도 재경군동면향우회의 일처리가 공명심이나 얻으려는 태도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결론적으로 재경 군동면 향우회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나가는 광고문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와 같은 일을 사무총장이 알아서 했다는 점에서도 조직의 수장으로서 깔끔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무총장 역시 재경강진군향우회장과 산하단체의 이름으로 광고가 나가는 일이라면, 더욱이 그 광고 내용이 간단한 문구 몇 마디가 아닌 타인의 글을 도용한 것이라면 제대로 회장에게 보고를 했어야 함에도 개인적 차원에서 일 처리를 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회장은 “문구가 다르게 했을 것” “문구를 다르게 한다던데” 등의 애매한 말과 함께 “문구가 같은지 다른지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는 말을 통해 회장의 지휘하에 직접 진행한 일이 아닌 사무총장이 알아서 임의대로 처리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참으로 조직의 허술함을 느끼게 하는 일이고, 이런 조직의 힘으로 고향사랑을 내세웠으니 한심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다. 청자축제에 때를 맞추어 고향나들이를 할 예정이라면 마땅히 남의 글을 베낀 글로 자신의 것인 양 생색낼 것이 아니라, 시목 저수지도 방문해 보고 주민들을 만나 숙원사업이 무엇인지 그들의 고통도 들어보는 것이 진정한 고향 사랑이 아닐까 싶다.
열 댓 명의 조그만 계도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충분한 의논과 숙의, 그리고 책임자의 절차를 밟아서 할진대 산하단체도 많은 재경군동면향우회가 <법꾸라지>란 말처럼 <향꾸라지> 한 사람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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