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상화(李相和) 문학제에 영랑 시인 알리고
강진 출신 예술인, 양일간 상화 문학제에 출연 큰박수 받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이기 때문에 누구나 귀에 익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 한 대목이다. 이 시는 1901년 대구광역시 중구 서문로 2가 11번지에서 태어난 이상화가 지었다. 그런 이상화를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늦은 봄이면 대구광역시 중구에서 상화문학제가 열린다. 올해는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열렸다.
강진의 영랑기념사업회(회장 김창한)는 3년전 이상화기념사업회와 자매결연을 맺었기 때문에 상화 문학제에 대거 참여했다. 김창한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다인연합회장 및 회원, 시문학파기념관장 및 군청 직원들이 참여한 것이다. 물론 지난 4월 29일에 열린 영랑문학제에 이상화기념사업회 임원들과 대구광역시 중구청 간부들이 참여했었다.
그런데 이번 상화문학제에는 강진 사람들이 판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랑의 시혼이 있고 다산의 얼이 살아 숨 쉬며 천년비색 강진고려청자가 있는 강진을 알리는데 크게 활약한 것이다.
상화문학제가 열리던 20일 오후 6시 30분 대구광역시 중구 이상화고택 앞마당에서는 강진 목리 출신 청가 고홍선 판소리 명창이 판소리로 개막선언을 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애국가 제창은 경북오페라단장이자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인 소프라노 김혜경님이 불렀는데, 김혜경님은 영랑선생 2남의 딸이어서 의미가 컸다. 추모 헌다례에서는 김창한 영랑기념사업회장이 종헌관 역할을 했고, 시낭송에 있어 장오영 광주 ‘징검다리’ 극단대표가 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이색적으로 낭송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다음 날인 21일 오전 11시 대구 청라언덕에서 열린 ‘상화랑 영랑이랑 시도 읊고 차도 마시고’에서는 강진에서 참여한 강진다인연합회(회장 김한성) 회원 세 사람이 다기를 차려놓고 강진의 차를 알렸으며, 강진출신 안병용(74) 춤꾼(전통무용가)이 대구 시민들 앞에서 살풀이와 도련춤을 선보였다.
또한 고홍선 판소리 명창이 영랑과 상화가 생전에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장면을 판소리로 나타냈고, 강진군의회 군의원이자 수필가인 김명희 영랑기념사업회 이사가 영랑의 시를 낭송했으며, 다시 김혜경님이 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노래와 최초 뮤지컬 ‘쌀짜기 옵서예’를 불러 앙코르를 여러 차례 받았다. 또 김창한 회장 역시 박태준 작사 ‘동무생각’을 부르며 강진의 한정식과 문화유적을 소개해 마치 영랑의 축제처럼 비쳐질 정도로 영랑과 강진을 알렸다.
(사)대구문화재지킴이회 신연섭 이사는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강진의 백련사만 잠깐 보고 온 적 있어 반드시 강진엘 가고 싶다”며 “오늘 강진의 영랑을 알게 되어 더욱 가보고 싶은 고을이다”고 강진 방문을 약속했다.
한편, 대구광역시에서 강진출신 모임인 ‘예강(회장 김병채)’에서는 강진에서 온 13명 전원을 20일 저녁 초대해 만찬을 베풀어 고향사람들끼리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예강’은 이승엽 야구선수 부친인 이춘광씨가 7년 전 초대회장을 지내면서 결성한 단체로 2대 회장엔 하종담씨가 맡았고 현재는 15명 여 회원들을 김병채 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창한 영랑기념사업회장은 “대구에 와서 고향분들에게 후한 대접을 받으니 정말 감사하다”며 “이분들이 강진엘 오면 반드시 답례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채 예강 회장은 “영랑기념사업회와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자매결연을 맺어 해년마다 행사 때 대구를 방문하므로 연례행사로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겠다”며 매년 만날 것을 희망했다.
20일과 21일 양일간 상화문학제에서 강진사람들은 영랑의 시를 읊조리며 강진 사람들이 판치는 것처럼 강진을 알렸는데, 이에 대해 김창한 회장은 “영 호남 교류야말로 시대적 사명이기도 하지만 대구 사람들이 강진을 많이 올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한 여러 사람들이 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대구 사람들은 어느 고을보다도 강진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송하훈 기자
“강진가믄 문화유적이 억수로 많다 들었습니더”
대구광역시에서 강진을 알리는 홍보대사가 된 사람들
청가 고홍선은 만능 재주꾼으로 각종 행사 참여하며 강진홍보
상화문학제 활용, 강진알리기에 분주한 김창한 영랑기념사업회장
청가 고홍선은 강진읍 목리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끼가 있었던 그는 중학교 때 전체오락부장을 맡아 학생들을 웃기고 울게 만들었다. 1천 5백 여 명의 학생들 앞에서 자기만의 끼를 부린 것이다. 강진농고를 다닐 때는 웅변을 잘해서 전남 1등 최우수상을 받았고 전남 대표로 전국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어려서 한학에 출중했던 목리 차유전씨로부터 글씨를 배웠던 그는 중학교 때 초상집 명정을 쓰기도 했는데, 그런 탓으로 광주에 가서는 ‘연진회’에 입문, 1년간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하나님의 부르심 때문이었는지 장로교신학대학을 입학해 졸업한 후 서울에서 목회활동을 하면서 소리를 배웠다. 오병수, 진봉규, 박동진 밑에서 소리 수학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날로 발전한 그는 국가지정 판소리 전수자로 활동할 수 있었다.
판소리를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부르는 곳이 많다. 구성진 목소리, 걸쭉한 입담의 소유자인 고홍선 판소리 명창은 이제 강진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입을 열어 판소리를 할 때마다 전라도 특유의 사투리가 흘러나오면서 그는 강진을 말했고 영랑과 다산을 말했으며 강진의 산하를 말해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지두화의 1인이다. 지두화란 손과 손톱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말한다. 세밀한 부분을 묘사할 때는 손톱으로 그리고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그리기도 하며 손등을 사용하기도 해서 그리는 그림이기 때문에 독특한 화풍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 북경에 가서 한국서예대전 한국대표로 참가해 장원을 할 정도로 서예실력이 뛰어났다. 그 때 장원한 글씨는 악필서체로 악필서체의 창안자이기도 한다. 악필서체란 붓을 두 자루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고홍선 명창은 강진 사람이면서 왜 대구에서 살까? 전국 방방곡곡에 강진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아무래도 대구는 무슨 사연이 있을 성 싶었다. 알고 보니 서울에서 만난 경상도 아내가 향수병을 이기지 못해 대구로 가자고 졸랐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대구에서 안착을 하게 돤 고홍선 명창은 장모의 집 지하에 큰 화실을 만들어 놓고 그림도 그리고 판소리도 즐겨 한다. 그와 친하거나 가까운 사람들은 안병용 전통무용가를 비롯해 많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한량으로 일컫는 지두화가 고홍선. 목리 고홍채 교장의 동생이기도 해 강진사람이라면 금방 짐작될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대구에서 살면서 강진을 알리는 홍보대사를 톡톡히 하고 있다. 앉으나 서나 이리 가나 저리 가나 그는 강진을 입에 달고 살기 때문이다. 이번 상화문학제에서도 그는 이틀 동안 강진사람으로 판을 쳤다. 개회식을 판소리로 했는가 하면 다음 닐 청라언덕에서는 영랑과 상화가 술 마시는 내용의 판소리를 했다.
강진출신 경북오페라단장 소프라노 김혜경 교수도 강진의 홍보대사이다. 경북오페라단장이면서 국제라이온스 355-C 대구예술문화상, 한국문예진흥원 최우수오페라작품 제작상을 받은 바 있는 김혜경 교수는 영랑의 2남 딸이어서 더욱 그 활동이 도드라져 보인다. 김 교수가 대구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영랑기념사업회와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자매결연을 맺고 해마다 오가며 강진을 홍보할 수 있었던 것도 김혜경 교수의 역할이 컸으리라 짐작된다. 상화문학제에 애국가를 불렀고 청라언덕에서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를 노래했다.
강진다인연합회(회장 김한성)의 회원들의 역할도 컸다. 청라언덕에서 강진차를 홍보한 것이다. 올해로 두 번째 참가한 다인은 다인연합회 윤순옥 사무국장, 동인요의 이현주 만경다설 회원, 박점자 명원강진회장이 참여해 대구사람들에게 강진차를 알렸다. 김한성 회장도 직접 대구까지 가서 참가했는데 그는 “강진차를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며 “차를 많이 마시는 대구사람들도 강진차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한 영랑기념사업회장은 상화문학제 때 헌다례에서 종헌관으로 참여했고, 청라언덕에서는 김혜경 교수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강진의 한정식, 강진의 문화유적을 열심히 홍보했다.
강진군의회 김명희 의원은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한 수필가로서 이미 ‘옛날의 금잔디’란 수필집을 낸 바 있다. 문인이면서도 김명희 의원은 시낭송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상화문학제에 참여해 청라언덕에서 영랑의 시를 낭송해 큰박수를 받았다. 특히 궁중옷처럼 화려한 한복차림으로 영랑과 강진을 알리는데 큰 몫을 한 것이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김차경 시낭송가이자 안중근 홍보대사가 격정적인 몸짓으로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낭송한 후, 사회자가 김명희 의원에게 물었다. 떨리지 않느냐고. “떨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답한 김명희 의원은 ‘모란이 피기까지는’ 영랑의 시를 노래하듯이 리듬을 타면서 낭송했다. 격정적인 시낭송에 비해 서정적인 시낭송이 극명하게 대조가 되자 큰박수가 터져 나왔다.
전통무용가 안병용의 살풀이와 도련춤도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강진 군동출신인 그는 전라도춤으로 대구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2016 상화문학제에 강진사람들이 판을 친 과정이 이러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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