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9일 개최될 제13회 영랑문학제 영랑시문학의 밤에 시상할 제13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사) 영랑기념사업회(회장 김창한)에 따르면 2015년도에 발간된 시집 중 등단 15년 이상의 시인을 대상으로 심사를 한 결과 고진하 시인의 「명랑의 둘레」가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심사는 영랑기념사업회측과 시전문지 <시작>측에서 5:5로 심사위원을 선정해 예선에서 10편 선정된 것을 본심에서 고진하 시인을 최종 결정했다. 김창한 영랑기념사업회장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적극 노력했으며 순수서정과 향토적 정서, 한국어의 조탁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시집을 대상으로 선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본심 심사위원은 시인 이경호 씨와 유성호씨가 맡았다.
☛제13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자 고진하 시인은 누구인가?
고진하 시인은 종교적 세계관을 시로 표현하며 시작업을 해왔으며 전직 감리교 교회 목사생활을 한 이력이 있다. 그는 1087년 <세계의 문학>에 등단한 이후 여덟 번째 시집『명랑의 둘레』를 출간하였다. 시집의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그의 이전 시집들에서 보여준 비의적이며 침묵에 가까운 시적 언어보다 이번 시집은 유머러스해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몇 편의 시에서는 아직도 고진하 시인은 기독교적 시인이며 그 세계관의 그의 커다란 시적 자신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빠, 박쥐가 나타났어 얼른 와 무서워 // 난 빗자루를 들고 마루로 달려가 미친놈처럼 빗자루를 휘둘러 // 기어코 놈을 때려잡았지 // 딸의 성화에 못 이겨 그렇게 잡고 보니// 날아다닐 땐 덩치가 커 보였는데 작은 조약돌보다도 작았어 //연민이 일어 //죽은 놈의 몸을 요리조리 만져보니 //몸속엔 먹이도 똥도 내장도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지// 아, 그래서 밤하늘을 //그렇게 가벼이 날아다닐 수 있었구나 //문득 난 손으로 // 밤의 천사의 날개를 조심조심 펼친 후 //가만히 들여다보았지 //그렇게 들여다본다고 //내가 천사로 변할 일은 없겠지만 //천사의 가벼운 날갯짓만은 배우고 싶어
-「박쥐」전문
기독교적 세계관은 신과 인간, 빛과 어둠, 선과 악, 영혼과 육신 같은 이원론적으로 세계를 구분한다. 이 시도 어둠의 전사인 박쥐의 육체를 살펴보니 육신은 없고 천상으로 날아가려는 날개만이 커다랗게 존재함을 보고 자신을 돌아본다는 내용이다. 육신보다 영혼이 거대하길 꿈꾸는 것이 시인이라면 육신이 평온한 이 세상보다 영혼이 평온한 저 세상을 믿는 것이 종교이다.
고진하 시인은 최근 한옥을 짓거나 식물을 연구하는 일, 고전 강의를 하는 일로 생업을 삼고있다. 그의 삶이 형이상학을 설파하는 목사의 삶에서 노동하는 삶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전지식은 문학적 삶 또한 변화될 것이라는 것을 추측하게 해준다.
“들풀들이 거의 시들어버린/ 늦가을, / 개망초 쑥부쟁이 달맞이꽃들이 여직 살아 있네.,, 저 명랑들을 가슴에 품고, 절망과 모순의 물결 드높은 강을 건너네.// 오늘/ 내가 힘써 저어야 할 노(櫓)의 이름은, 하루!” -시인의 말
시인의 말처럼 “식물들이 시들어버린 늦가을”은 황량하지만 그 안에는 아직 살아있는 생명체들의 명랑함이 있다. 죽음과 삶은 뒤섞여 있는 것이고 그 모순 속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보통 경건한 생활에는 웃음이 없다. 웃음이라는 것은 삶의 활력소가 되지만 동시에 대상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어떤 사물이나 인물을 보고 웃는다는 것은 그것이 옳지 않으며 교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께 지니기 때문에 기독교에서는 그것을 금기 시킨다. 그러나 생활에 웃음이 없다면, 육신은 없고 날개만 있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죽어있는 영혼일 뿐이다. 영혼이 육신에 깃들어야 생명인 것이고 고진하 시인도 인간의 육신을 긍정하며 그 안에서 시를 꽃피우려는 노력하며 그 결실이 이번 시집이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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