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10월의 어느 날, 우리는‘영랑’의 고장‘강진’에서‘푸소 체험’에 참여했다.
‘푸소’(FUSO)란, 필링-업(Feeling-Up),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로 농촌 집(‘푸소 체험’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훈훈한 정과 감성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일본에서도 유사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는데 일종의 팜스테이(farm-stay)‘농박’(農泊)이라고 보면 된다.
강진군은 이‘푸소’프로그램을 통해 강진을 알리고 감성체험 1번지로서 경쟁력 있는 남도 관광 메카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하여 그 명성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특히 젊은 군수의 남다른 고향 사랑 마인드를 통해 이 모든 프로그램을 선두 지휘하여 홍보에서부터 마케팅까지 손수 뛰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남도답사 1번지 강진을 방문하면 우리는 반드시 영랑생가와 시문학파 기념관, 그리고 다산 ‘정약용’을 찾는다.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영랑‘김윤식’이 남긴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국민 서정시인 영랑‘김윤식’은 바로 이곳에서 태어나 1930,40년대에 ‘정지용’등과 함께 서정적인 시를 많이 발표한 대표적인‘시문학파’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체취가 묻은 생가를 돌아보니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랑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만덕산 자락 백련사 아래에 단아하게 위치한‘다산 초당’은 보기만 해도 ‘정약용’의 숨길이 느껴지는 듯 하다.‘다산’이‘신유사옥’에 연류되어 강진으로 귀양 와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목민심서’등을 저술하며 그의 실학사상을 제자들에게 널리 알린 곳이기도 하다.
강진은 지금 문학으로 살아 숨 쉬는 행복한 時 마을인 것이 분명하다.
‘푸소 체험’의 하이라이트인 농어촌가정 1박 체험을 위해 일행 4명은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마량포구에 사는 인심 좋은 어촌마을 주인이 차를 가지고 우리를 픽업하기 위해 주차장에 도착하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읍에서 약 30여분을 달려 마량항에 도착한 시간은 6시 무렵. 인근 해수 사우나에서 목욕타임을 갖는 것도 체험의 일부라고 해서 일행은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 좋은 세신을 하였다.
저녁 7시 경 주인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맛깔스럽고 정이 듬뿍 담긴 시골밥상을 차려 주었다. 얼마 만에 받아보는 시골밥상이었을까? 맛도 일품이었지만 주인아주머니의 정성이 그대로 담겨있는 그야말로 정성이 가득 스며있는 진수성찬이었다. 밥상을 물리고 차를 한잔 하면서 주인장이 들려주는 마량항의 오랜 역사 이야기, 그들 부부의 만남 이야기, 소소한 동네 이야기 등으로 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10여 km 떨어진 ‘가우도’를 향해 출발했다.‘가우도’는 두개의 출렁다리를 육지와 이으며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되었는데 다리를 건너 섬을 한바퀴 도는 산책길이 꽤나 운치있는 코스로 알려지면서 낚시를 할 수도 있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놀토수산시장’은 강진군에서 기존 바닷가의 지리적 특성을 잘 이용하여 수산시장 입주, 낚시터 개발 등의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복합 레저 특화 지역이라 할 수 있겠다.
‘푸소 체험’의 한 코스이기도 하고, 일반 관광객들이 저렴하고 싱싱한 횟감을 찾아 이곳을 방문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붐비기 시작한 곳으로 지금은 토요일에 장흥 토요시장과 맞먹는 특화시장으로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싱싱한 횟감에 점심식사를 마치고 쇼핑을 하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노래자랑이 벌어진 무대 옆으로 가보니 관람객들은 거의 외지 사람들인 것 같았다. 바로 이 수산시장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였다.
젊은 군수의 의욕적인 패기와 군민들의 요구가 맞아 떨어져 시작된 이 감성프로그램 ‘푸소 체험’은 참가객들에게 많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요즈음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종 힐링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있지만, 이곳 강진의‘푸소 체험’은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리고 현재의 농어촌 조건을 잘 이용한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 일선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수학여행을 과감히 바꾸어 이 ‘푸소 체험’에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
단순히 특정 지역을 방문하여 관찰과 관광, 관람에 그치는 수학여행 프로그램보다는 시골의 이‘농박’체험에 참여하면서 농어촌 사람들의 삶의 철학과 진정성을 배워가는 게 훨씬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학생활동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연히 우리가 묵은 시골집 방 한 켠에 놓여있었던 ‘푸소 체험’ 농가의 지침 책자를 보게 되었는데 그 책자에는 체험 손님들의 심리적인 상태에 대처하는 방법, 주인의 태도, 안전사고 예방 수칙까지 꼼꼼히 챙겨서 연수를 시키는 내용들이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체계적인 홍보를 거쳐 전국적으로 알려진다면 분명 이 ‘푸소 체험’은 성공한 지역 체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