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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를 구분하는 방법은 민화의 용도와 기법, 재질, 주제 등에 의해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민화의 구분은 연구하는 사람에 따라 각각 그 방법과 내용이 달라지는데 이는 민화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민화 연구가는 일본의 야나기 무네요시와 조자용씨를 들 수 있는데 야나기 무네요시는 민화를 문자민화, 길상과 연관된 민화, 전통적 화제의 민화, 정물민화, 도교에서 비롯된 민화 등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반면 조자용씨는 민화를 크게 한화(韓畵)라 하고 이를 순수회화와 실용회화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에 상징별로 구분하면 수(壽), 쌍희(囍), 자복(子福), 재복(財福), 영복(寧福), 녹복(祿福), 덕복(德福), 길상(吉祥),벽사, 민족(民族) 등 열가지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화제별로 나누어 산수화(山水畵), 수석도(壽石圖), 화훼도(花卉圖), 소과도(蔬果圖), 화조도(花鳥圖), 축수도(蓄獸圖), 영수화(靈獸畵), 어해도(魚蟹圖), 초충도(草蟲圖), 옥우화(屋宇畵), 기용화(器用畵), 인물화(人物畵), 풍속화(風俗畵), 도석화(道釋畵), 기록화(記錄畵), 설화화(說話畵), 도안화(圖案畵), 지도화(地圖畵), 혼성도(混成圖), 춘화도(春畵圖) 등 20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고을신문에서는 조자용씨의 구분법을 적용해 최근 설화화(說話畵)에 해당하는 ‘구운몽도’를 연재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민화를 풀어주는 남자 ‘윤광제 시조시인’이 기록화를 통해 그림 속에 담겨있는 역사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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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의 참혹상을 다룬 네 번째 기록화는 울산성 전투도이다.
임진왜란 당시 울산성 전투(1597) 모습을 그린 '울산성 전투도'는 크게 3개의 그림으로 나뉘며 1개의 그림은 다시 6폭의 병풍으로 만들어져 총 18폭으로 이뤄졌다. 울산성 전투도의 크기는 가로 375㎝, 세로 173㎝ 로 꽤 큰 편이다.
울산성 전투도의 특징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임진왜란 막바지 최대승부처라 해도 과언이 아닐 13일간 치러진 울산성 전투(1597년 12월23일~1598년 1월4일)의 참상을 회고하면서 당시 참전했던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 가문에서 화가와 군인들의 고증을 바탕으로 17~18세기경 병풍 3개에 나눠 그린 것이다.
임진왜란 전투도 가운데 가장 방대하고 세밀해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울산성 전투도는 제1도 조명연합군 울산성 진격, 제2도 조명연합군 퇴각, 제3도 조명연합군 울산성 포위 및 왜군 고립 장면을 보여준다. 오늘 소개하는 그림은 울산성 전투도 중 세 번째로 ‘울산성 포위섬멸작전’을 그린 것이다. 참고로 울산성 전투는 1597년과 1598년, 2차례 벌어지지만 일반적으로 울산성 전투를 가리킬 때는 1597년 발생한 첫 번째 전투를 말한다.
울산성(현 울산왜성)은 1597년 일본에서도 축성의 달인으로 통하는 가토 기요마사가 1만6000명 병사를 동원해 40여 일이라는 짧은 기간임에도 심혈을 기울여 축조한 성이었다.
소제목 : 조명연합군의 포위섬멸작전
정유재란 때 전방위 총공세와 수륙병진책(水陸兵陣策)을 펼치려던 일본이 남해안을 지키고 있는 전쟁의 신(이순신 장군)을 만나면서 목표가 좌절되자 계획을 바꿔 공세적 입장에서 해안가에 왜성들을 쌓고 농성을 하는 방어모드로 돌입한다. 이 시점부터 일본군 지휘관들은 본국으로 철군을 희망했지만 본국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철수불가를 외치면서 오히려 북상을 독촉하는 터라 침공군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었다.
때를 같이해 조명연합군도 전쟁을 종식(終熄) 시키고자 했지만 일본군 상당수가 여전히 조선 남부에 남아있는 상태였기에 이들을 남겨두고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명연합군은 이들을 모조리 격파하여 전쟁을 끝내겠다는 굳은 결의를 하며 경상도 주둔 왜군 공략에 나선다. 조명연합군이 공략의 첫 단추로 삼은 곳은 울산성(일명 도산성)으로 일본의 조선침략 교두보가 된 부산과 매우 가까워 함락만 시킨다면 부산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었고, 일본의 조선침략을 사실상 좌절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울산성 주둔군의 대장은 가토 기요마사였기 때문에 반드시 격멸하고자 했다. 전쟁 첫 해, 고니시 유키나가와 함께 침략군의 선봉에 섰고 임해군과 순화군을 포로로 잡는 등 조선 입장에선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준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그 치욕을 씻자는 상징적 의미도 있었다.
그렇게 도원수 권율과 마귀(麻貴) 제독을 지휘관으로 하는 조명연합군 4만 7500명(병력:조선 1만1500, 명 3만 6천)과 가토 기요마사의 농성군(籠城軍) 1만 6000명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조명연합군이 단일전투에 이 정도로 병력을 투입한 것은 평양성을 탈환한 1593년의 제4차 평양성 전투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연합군은 호남 지방으로 별동을 보내어 순천성 등 호남지방 왜성들을 공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일본군의 정보망을 흔들었다. 일본군측은 조명연합군의 목표가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대응을 펼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울산성 전투가 전투 초기에는 조명연합군대 가토 기요마사의 양상으로 진행됐다.
음력 12월 23일, 마침내 조명연합군이 총공세를 펼쳤다. 공세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울산성 바깥의 병영성(강진에 병영성이 있듯 울산에도 병영성이 있었다. 현재 강진군 병영면은 울산 병영 2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언양성이 함락되었으며 가장 가까운 왜성인 서생포왜성과의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후 조명연합군이 울산성에 포위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공성전에서 조명연합군은 왜성 공략이라는 생소한 경험을 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존의 공성전이 조선의 성(城) 탈환전이었다면, 이 전투는 왜성에 대한 공성전이었다. 일본의 성(城)은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체계화 된 형태로 오직 영주의 목숨을 지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배수진 형태의 성이었다. 좁고 구불구불ㄴ한 통로는 마치 미로와 같아서 수십 명이 수백 명을 능히 감당하고 남는 방어력을 선보였다. 일본군이 펼치는 극강의 방어력에 놀란 조명연합군은 공세를 중지하고 화포를 이용한 공격을 퍼부었다. 목재로 지어진 왜성의 특성상 일본군도 화공에 큰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힌트를 얻은 연합군이 전략을 변경하여 철두철미한 고사작전을 개시했다. 연합군은 성 주변의 우물을 모조리 메우고 태화강의 물줄기를 빈틈없이 막아버렸다. 울산성은 완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군수물자가 비축되어 있지 않았다. 우물도 파지 못했는데 화공으로 성에 불이 붙자 식수를 써버렸으니 식량은 고사하고 이제는 마실 물도 부족했다.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자 조명연합군은 28일 울산성 외성을 함락시키며 가토군을 몰아붙였고, 가토군은 좁은 내성으로 몰리며 최후의 결사항전을 시작했다. 이쯤되자 천하의 가토 기요마사가 할복을 준비할 지경에 이른다.
소제목 : 일본의 반격
조명연합군이 울산성 공략에 애를 먹는 동안 일본군 장수들이 일제히 연락을 취하고 구원에 나섰다. 1만이 넘는 병력을 이끈 나베시마 나오시게를 필두로, 모리 가쓰노부, 아사노 나가마사와 요시나가 부자, 심지어 거리도 가장 멀고 가토와 사이가 가장 나쁜 것으로 알려진 순천의 고니시 유키나가까지 합세하여 최종적으로 약 8만에 달하는 대군이 울산성으로 몰려갔다. 가토군이 쓰러지면 나머지 부대도 도미노처럼 차례로 격파를 될 것을 알았기에 결사적으로 가토를 구원하려 했다.
갑작스런 구원군의 등장에 연합군은 크게 당황했다. 오랜 기간 전투를 치룬 연합군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한 대병력의 일본군은 거대한 파도와 같았기에 때문이다. 연합군 지휘부는 피해를 줄이고자 공성을 풀고 퇴각을 결정한다.
10여 일에 걸친 전투는 최종적으로 가토가 이끄는 일본군의 승리로 끝난다. 그러나 이 처참한 전투에서 가토 측이 승리를 했다고는 하나 전투 가용병력이 5백여 명(전사 약 6천명, 부상 약 8천 5백명)에 불과해 조명연합군이 다시 오면 수성이 불가능함을 알고 잠시 서생포로 퇴각했다가 한 달 뒤인 1월 22일에 히데요시의 명으로 울산성에 다시 주둔을 했다. 당시 일본군이 거머 쥔 승리의 댓가로는 너무나 큰 피해였다.
한편 1차 울산성 전투에서 참가했던 명군 제독 마귀는 1차전 때 ‘다 이길 수 있었는데 승리를 놓쳤다’며 다시 한 번 공격을 감행한다. 1598년 10월 21일(음력 9월 22일) 경상우도병마절도사 김응서와 선거이를 앞세워 약 4만(조선군 1만 5천, 명군 2만 4천, 총병력 3만 9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공세를 개시했으나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던 일본군의 거센 반격에 큰 피해를 입고 격퇴되고 만다.
이 두 차례의 전투에서 조명연합군은 비록 패배를 했지만 왜군이 가져간 두 번의 승리는 ‘상처뿐인 승리’였기에 울산성 전투는 임진왜란 종결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설명
1. 울산성 전투도. 압도적인 전력의 조명연합군이 울산성을 포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 일본군이 반격에 성공해 승리했다는 의미로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비록 일본에서 그려졌지만 임진왜란 전투도 중 가장 세밀하게 묘사해 역사적 가치가 크다.
2. 울산성 전투도 중 남쪽을 공략하는 조선군과 수성하는 일본군. 일본의 화가도 부감법을 이용해 한 눈에 전투 상황을 보게 했다.
3. 조명연합군의 수가 압도적이라 모두 묘사하기가 힘들었는지 그림의 일부를 구름으로 표현했다.
4. 동쪽 목책을 뚫고 성벽에 오르는 조선군. 일본군은 조선군이 대단히 강한 상대였다고 해야 명예가 살기 때문에 성벽을 오르는 모든 병사가 갑옷을 입은 것으로 표현했다.
5. 조명연합군 지휘본부를 묘사했다. 장막 속의 인물이 명 제독 마귀, 바로 옆 덩치 큰 조선 장군이 권율로 추정된다.
7. 연합군이 성문을 공략하는 사이 일본군이 조총으로 방어하고 있다.
8. 성의 천수각에 해당하는 내성에서 가토 기요마사가 지휘를 하고 있다.
6. 구원하러 온 왜군. 배에서 울산성을 포위한 조명연합군에게 화살을 날리고 있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구원병의 의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그 화살에 맞아 쓰러진 연합군 병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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