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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를 구분하는 방법은 민화의 용도와 기법, 재질, 주제 등에 의해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민화의 구분은 연구하는 사람에 따라 각각 그 방법과 내용이 달라지는데 이는 민화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민화 연구가는 일본의 야나기 무네요시와 조자용씨를 들 수 있는데 야나기 무네요시는 민화를 문자민화, 길상과 연관된 민화, 전통적 화제의 민화, 정물민화, 도교에서 비롯된 민화 등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반면 조자용씨는 민화를 크게 한화(韓畵)라 하고 이를 순수회화와 실용회화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에 상징별로 구분하면 수(壽), 쌍희(囍), 자복(子福), 재복(財福), 영복(寧福), 녹복(祿福), 덕복(德福), 길상(吉祥),벽사, 민족(民族) 등 열가지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화제별로 나누어 산수화(山水畵), 수석도(壽石圖), 화훼도(花卉圖), 소과도(蔬果圖), 화조도(花鳥圖), 축수도(蓄獸圖), 영수화(靈獸畵), 어해도(魚蟹圖), 초충도(草蟲圖), 옥우화(屋宇畵), 기용화(器用畵), 인물화(人物畵), 풍속화(風俗畵), 도석화(道釋畵), 기록화(記錄畵), 설화화(說話畵), 도안화(圖案畵), 지도화(地圖畵), 혼성도(混成圖), 춘화도(春畵圖) 등 20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고을신문에서는 조자용씨의 구분법을 적용해 최근 설화화(說話畵)에 해당하는 ‘구운몽도’를 연재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민화를 풀어주는 남자 ‘윤광제 시조시인’이 기록화를 통해 그림 속에 담겨있는 역사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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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록화
전쟁기록화라고 하면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전투를 지휘하던 장군 위주의 대형 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런 그림은 당시 전투 전체를 담아내지 못하고 전투중의 한 장면만 강조하게 되어 그 전투 당시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의 조상들은 그림 한 장에 전투 상황을 고스란히 담아 보는 이로 하여금 전투의 흐름과 당시 사용되던 무기체계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보물 제392호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이다. 사건의 흐름상 부산진순절도(釜山鎭殉節圖)가 먼저이지만 임진왜란을 상징하는 그림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으로 꼽을 정도로 비중이 커서 첫 번째로 소개하게 된다.
순절도의 화면 구성은 둥글게 배치한 동래부성을 중심으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식의 부감법(俯瞰法)을 사용했다. 화면 하단을 보면 동래부성 밖은 왜군의 군막을 중심으로 총칼로 무장한 왜군들이 읍성을 둘러싼 형국이다. 혹시 이 화면에 등장하는 적의 국적을 모르는 후손을 위해 친절하게 일본(日本)이라는 깃발을 군막 중심에 두어 피아(彼我) 식별을 쉽게 했다.
화면 전체에는 전투 당시 벌어진 여러 상황들이 극적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사실은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일이지만 한 화면에 여러 이야기가 동시에 그려진 점이 특징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그 선봉에 나선 고니시 유키나가의 제1번대는 1592년 4월 14일에 병선 700여 척에 나누어 타고 오전 8시 오우라항(大浦項)을 떠나 오후 5시에 부산 앞바다에 도착했고 그날로 부산포에 침입하였다. 난생 처음 보는 조총부대의 위력 앞에 부산진은 제대로 된 반격도 못하고 힘없이 점령당하고 만다. 초전의 기세를 앞세운 제1번대는 곧바로 동래성으로 향했다.
소제목 :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
고대의 전쟁의 경우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며 싸울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시작되는 것이 다반사이며 특히 농성전의 경우에는 공격자측이 항복을 권하는 ‘선전포고’가 전투의 개시를 알리는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그림의 중앙을 보자. 동래성 전투에서도 일본은 압도적인 병력으로 포위를 한 후 길을 빌려달라(假我道)는 팻말을 들어 보이며 동래부사 송상현에게 항복할 것을 권한다. 이에 붉은 갑옷을 입은 부사 송상현은 ‘길을 비켜주는 것은 어렵다(假道難)’는 목패를 성 밖으로 던지고 결전의 의지를 보인다. 임진왜란 1년 전에 동래부사로 부임한 송상현(宋象賢·1551~1592년)은 부임하자마자 성곽을 수리하고 성 외곽에 커다란 나무들을 빽빽하게 심어 성책으로 삼는 등 적의 위협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래부사 송상현의 결연한 의지와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경상좌병사 이각(李珏)이었다. 이각은 결전을 준비하는 동래부사와 주민들을 뒤로 하고 도망가면서 겉으로는 “송 부사가 수성을 하면 내가 외부에서 들이칠 것이니 협공을 하면 저들도 우리의 군세를 이기지 못할 것이외다.”하며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와 그를 따르는 병졸들은 동래성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모습은 그림 왼쪽 상단에 있다.
전투는 점점 치열해져갔다. 그러나 농성을 하던 조선군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나면 보이지도 않는 무기에 병졸들이 픽픽 쓰러지는 것이었다. 총에 맞는다는 것보다 소리에 대한 공포가 병졸들의 손발을 묶어버렸다. 떨리는 손에 활은 물론 창을 쥔 손에도 힘이 빠지는 형국이었다. 한편 일본군은 원거리 지원을 받는 상태에서 동문 성벽을 넘어 물밀 듯이 쳐들어왔다. 어찌나 칼을 잘 쓰는지 칼 한 자루를 들어도 두 자루를 들고 쓰는 것처럼 능수능란했다. 창의 길이도 조선의 것보다는 훨씬 길어서 상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더 이상 수성(守城) 할 수 없음을 느낀 동래부사 송상현은 객사 앞에 나아와 북쪽을 향해 임금에게 마지막 절을 올린다. 양 옆에는 양산군수 조영규(趙英珪)와 겸인 신여노(申汝櫓)가 시립했다. 그 주변에는 왜군에게 맞서는 비장 송봉수(宋鳳壽)와 김희수(金希壽), 향리 송백(宋伯)도 그려져 있다. 객사 우측 정원루(靖遠樓) 앞에는 향교 교수 노개방(盧蓋邦)과 그 좌우에 선 유생 문덕겸(文德謙)과 양조한(梁潮漢)의 뒷모습이 보인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은 그림의 정중앙 부근에 나타난다. 지붕에 올라가서 기와를 던지면서까지 왜군에게 저항하는 의로운 동래부 주민 김상(金祥)과 촌녀(村女) 두 명이 그들이다. 어차피 성을 빼앗기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을 알기에 처절할 정도로 저항한다. 이들의 항거에 왜군 몇 명이 쓰러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왜군에 의해 사살되고 만다. 맞은편에는 담을 넘어 송상현에게 가는 첩 금섬(金蟾)이 묘사되어 있다. 임금을 향해 절을 하는 송상현에게 뭔가 전달하려는 듯 담장에 가까이 있던 금섬은 왜군에 사로잡혔으나 사흘동안 왜병을 꾸짖고 욕하다가 역시 살해된다. 함흥 기녀 출신인 애첩 금섬의 지아비와 조국을 향한 절개에 왜군마저도 감동하여 의로운 넋을 달래기 위해 관구를 갖추어 송상현의 곁에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 「동래부순절도」는 당시의 상황을 그림으로 재현한 기록화적인 성격도 있지만 동래부사 송상현을 비롯한 동래부민들의 충절을 기리는 데에 더 중점을 둔 그림이다.
한편 동래부사 송상현 (宋象賢, 1551년 ~ 1592년 5월 23일(음력 4월 13일))은 조선 중기의 문신, 작가이며 임진왜란 때의 장수로 임진왜란 초기 동래성 전투에서 고니시 유키나가의 군과 교전하다가 패전 살해되었다. 왜적은 그를 포로로 사로잡아 항복을 강요하였으나 항복하지 않았다. 자는 덕구(德求), 호는 천곡(泉谷)·한천(寒泉)이며 시호는 충렬(忠烈)이다. 임진왜란 당시 활약한 수군에서 활약한 송희립, 송대립 형제와 더불어 여산(礪山) 송씨의 대표적 인물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군동면 일대에 여산 송씨가 일가를 이루고 있다.
사진설명
1. 경상좌병사 이각(李珏)이 수하 병졸들을 이끌고 도주하고 있다.
2. 동래부사 송상현이 죽기 전에 임금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3. 동래성 동문을 돌파한 왜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왜군의 쌍칼(二刀)을 든 모습과 유독 긴 창(長槍)이 돋보인다.
4. 지붕위에서 왜군에게 마지막까지 항거한 의로운 부민 김상과 두 명의 여인. 기록화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우인데 이 그림에서는 무려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5. 왜군이 가아도(假我道)라는 팻말을 들어 보이자 동래부사 송상현이 가도난(假道難)이라고 답하며 결전의 의지를 불태운다.
6. 보물제 392호 동래부사순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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