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의 두 눈에 흐르는 애절한 눈물
동족상잔의 6,25 사변 이후 세상이 어지러운 때 필자가 1954년 서울에 대학을 진학했던 당시, 반야 월 작사 작곡(1956년)으로 유행했던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니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전쟁을 겪은 서민들 가슴을 달래주던 애절한 노래들로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노래가사인데 그 중에 “단장의 미아리고개” 가사는 더더욱 백성들의 심금을 울려주는 노래로 아직도 대중 속에 남아 불러지고 있지요. 필자가 그때 당시 정릉과 월곡동, 종암동을 지나 돈암동 종점에 하숙집을 가기위해 미아리고개를 걸어서 혹은 버스로 매일 넘어 다니던 기억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가사 1절이 “미아리 눈물고개/임이 넘던 이별고개/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해매일 때/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맨발로 절며 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한 많은 미아리고개.” 2절은 “아빠를 그리다가 어린 것은 잠이 들고/동지섣달 기나긴 밤/북풍한설 몰아칠 때/(후렴).........”
당시에 이 미아리고개는 서울에서 망우리고개나 신촌 언덕고개, 서울역 너머 공덕동 고개 길들이 많았지만 성북동 미아리고개 길이 더 가팔라 버스가 고개 길을 넘는데 매연도 많이 나고 힘들게 넘어야해 애간장이 다 녹아내렸다던 눈물고개였다. 전쟁당시 많은 사상자가 생겼던 자리로 부모가 한 자식을 잃은 설움에 9,28수복 이후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고개 근처 여러 곳을 파 해치며 울었다는 애절한 장소로 지금은 그 곳에 사주보는 철학관들이 많지만, 옛날 모습은 흔적도 없이 변하여 그 고개 정상에 위치한 곳에 노래비만 세워져 있을 뿐이지요.
다음은 어느 아빠와 아들의 감동적인 실화로 남겨진 “아내의 빈자리”를 밝혀봅니다.
아내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 난지 3년이 되었지만 아내의 자리는 크기만 했습니다. 아들 하나는 여섯 살인데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회사에서 집근처에 가 찾아보니 혼자 놀이터 구석에 앉아 돌아가신 엄마를 못 잊어 울고 있기에 남자자식이 그렇게 맨날 울고만 있다고 화가나 마구 때렸습니다. 그러나 아들놈은 말 한마디 대꾸도 않고 맞기 만 합니다. 그 일이 있은 몇 일 후 유치원에서 글을 배웠다며 자기 방에서 꼼짝도 않은 채 글만 써대고 있었습니다. 그런 후 1년이 되어 학교에 진학하던 어느 날 또 한 차례 사고를 쳤습니다. 크리스마스 날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는 때 전화 한통이 걸려와 받아보니 동네 우체국 출장소인데 받는 곳이나 주소지도, 우표도 부치지 않고 편지 300여 통을 뒷면에 자기 이름만 써 넣어둔 바람에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우체부 아저씨의 전화였습니다.
또, 일 저질렀다는 생각에 불러 앉혀놓고 매를 들어맞는데도 한마디 변명도 않고 잘못 했다고만 합니다. 우체국에 가 편지 전부를 받아와 왜 그런 짓을 했느냐고 매를 드니 아이는 손을 삭삭 비비며 잘못했다고 울먹이면서 전부 엄마한테 쓴 편지라는 말에 아빠는 순간 말이 막혀 울컥 눈시울이 빨게졌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냐고 하자 아이는 그동안 선반에 키가 닿지 않아 써 올리기만 했는데 오늘 가보니깐 손이 닿아서 다시 돌아와 그동안 쓴 것 다 들고 갔다고 말하니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런 후 엄마는 하늘나라에 계시니 다음부턴 편지를 적어서 읽은 후 태워버리면 엄마가 보거나 들을 수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아빠가 밖으로 편지를 다 들고나간 뒤 아들 보는 앞에서 라이타 불을 켜려다가 문득 내용이 궁금해 편지 하나를 뜯어보았습니다.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한테 말하면 엄마 생각날까 봐 하지 않았어. 아빠가 날 막 찾는 소리에 그냥 혼자서 재미있게 노는 척만 했어. 그것도 모르고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 얘기하면 아빠가 그만 울까봐 절대로 얘기 안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하면서 밤에 몰래 우는 것 많이 봤어. 근데 나도 이제는 엄마생각이 너무 많이 나는데 엄마 얼굴이 점점 기억이 안나. 보고 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러니까 엄마! 내 꿈에 한번만 나타나 줘,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약속해야 해…
아빠는 그 편지를 다보고 나더니 그만 눈시울이 적혀져 애절한 눈물을 흘리며 순간, 하나님! 제가 아내의 빈자리를 아들에게 채워줄 순 없는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도 많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우리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는데 엄마사랑을 못 받아 마음이 너무 아프답니다. 정말이지 아내의 빈자리가 이리도 큰 것임을 미처 몰랐습니다. 혁수야! 우리 혁수한테 정말 미안 하구나........
아빠는 그런 것도 모르고 네가 사고 칠적마다 화가 나 아무 죄 없는 너를 때렸는데 지금부터는 너 그리운 엄마의 빈자리를 아빠가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걸까? 남자들끼리는 잘 통한다고 하잖니? 그러니 한번 손가락 걸고 약속해보자 혁수야! 요즘에도 엄마한테 편지 쓰지? 너 하늘로 편지 보내는 거 말야 이젠, 그러지 말고 생각해보니 집 근처 중앙교회에 일요일마다 너와 같이 나가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또 거기서 바로 하늘나라에 편지대신 기도하며 바로 띄우도록 하면 어떻겠니?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하면 너의 뜻을 하나님이 다 아시고 기쁘게 착한 어린이라고 칭찬해주실 것 아니니? 아빠도 이제부터 교회 나갈게. 아빠랑 언제나 같이 할래?
엄마가 그 편지 대신 교회에서 기도하는 소리를 다 들을 때 여간 기뻐하지 않을 것이고, 네가 아주 의젓하게 예뻐서 때론 기뻐서 울기도 하겠지. 나중에 열심히 기도하고 착한 사람이 된 먼 훗날 아빠랑 너랑, 엄마가 계신 하늘나라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혁수야 그러니 넌 엄마 사랑받 기위해 태어난 걸 알아야 돼. 그걸 잊지 말거라. 그러니 아빠가 널 때렸다고, 엄마가 혁수를 놔두고 갔다고 절대 섭섭해 하지 마 알았지?........ 아빠도 하늘에 엄마도 하나님도 늠름한 내 아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내 사랑스런 아들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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