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민중의 지팡이
김병완(한국자유총연맹 강진군지부장)
우리는 지금도 경찰하면 오금이 절여온다. 60년대와 70년대를 살아오면서 경찰의 고압적인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경찰의 간부는 경찰서로 부임하러 가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을 때에도 오금이 절였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그만큼 우리들의 의식 속에는 경찰에 대한 경외감이 있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그런데 지난 주 강진에서 있었던 럭비선수팀의 경험은 이색적이었다. 그 선수팀은 우리 식당에서 8일간 머무르며 전국체전에 참가했는데, 준결승으로 올라가니까 학교 교장을 비롯한 일행 몇몇이 당장 달려왔다. 교장 일행은 격려를 위해 코치, 감독 등을 이끌고 마량항으로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오던 길에 그만 경찰에 적발되고 말았다. 음주단속에 걸린 것이었다. 다행히도 음주수치를 넘기지는 않았지만 식당으로 돌아온 교장일행은 내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경찰을 칭찬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가족처럼 친절하게 대해주더라면서 아직까지 그런 경찰은 만나보지를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을 돌아다니다보면 아무래도 길거리에서 경찰과 마주친 적이 한두 번 아닌데 이곳 강진에서 경찰과의 조우는 전혀 뜻밖이라는 것이 교장일행의 말이었다. 평소 오만하고 교과서 같은 친절만 맛보다가 진짜 친절을 경험했다며 새로운 민중의 지팡이라고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군다나 전국을 다 다녀보지만 강진처럼 작은 군에서 스포츠 하나는 많이 개최한다며 부럽기조차 한다는 말까지 했다. 나중 아는 사람을 통해 슬쩍 물어보았더니 교통경찰의 친절은 사실이었다.
경찰은 칭찬보다는 채찍을 더 맞는 게 일반화된 일이다. 도둑을 못 잡으면 못 잡는다고 난리고, 교통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부르는 게 경찰이다. 또 그들이 농담 한마디 해와도 괜히 신경이 쓰이고 불쾌해지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농담 속에서도 무엇을 지적하려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라진 경찰의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다는 교장 일행의 말에 나 역시 경찰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경찰이 본연의 임무 수행만이 아니라 관광 강진을 알리는데 한몫을 톡톡히 해준 셈이었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