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정의와 인연에 얽힌 이야기.
필자의 선친께서는 조실부모하시고 작은 조부님슬하에서 초등학교 3년이 전부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때가 대동아전쟁당시라서 일본인 정미소에 급사로 채용되어 일하다가 집배원시절 통영 정양마을에서 부농이시던 어머님을 달덩이같이 고이 봐뒀는데 우연한 날 조부님이 선본다며 데리고 간 곳이 집배원 때 봐뒀던 집으로 들어가 깜짝 놀랐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셨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또, 선친께서는 정미소 급사로 일할 당시 틈틈이 배워둔 주산을 열심히 익혀 경상도에서 주산대회에 출전하여 1등까지 하셨다고 주판 상까지 받은 것을 가보로 남겨주셨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곳 강진에 살아가면서도 유다르게 강진에서 친절하고 부지런하신 집배원 아저씨 ‘신 정현’ 분과는 친숙하게 정이 가는 분입니다. 집배원과 관계로 연관된 한신대 총장까지 하신 오 영석(吳永錫) 분의 이야기를 여기에 밝혀봅니다.
이분은 소년시절 전라도 해남 땅에서 집이 너무 가난하여 중학교도 진학치 못하고 남의 집 머슴살이하던 아버지를 따라 산에 나무나 하러다니며 살림을 도왔다고 합니다.
소년은 어릴 때부터 어머님을 따라다니던 교회에 가서 어머니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이든 하님께 기도하면 들어주신다는 어머님 말씀에 귀가 솔깃하여 이 소년이 소원하기를 하나님께 학교에 가게 해 달라고 해야지 라고 기도하다 말고 결국, 나중에는 “하나님께 저는 공부하고 싶습니다. 굶어도 좋고, 머슴살이를 해도 좋으니 제게 공부할 길을 열어주십시오” 라고 편지까지 써 봉투 앞면에는 하나님 앞으로 하고 뒷면은 자기 이름만 써 우체통에 넣었다지요.
소년의 편지를 발견한 집배원은 어디로 배달할지를 몰라 고심하던 끝에 해남읍교회 이 준묵 목사에게 전해주었다고 합니다. 함석헌 선생의 제자인 이 목사는 당시 농촌 계몽운동에 앞장선 정의로운 분으로 소년의 편지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지요. 이후 소년을 불러 교회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 살게 하고, 과수원 일을 돕게 하면서 중학교에 보내줬다고 합니다.
이 소년이 열심히 공부하여 한신대학에까지 진학하고 졸업 후에는 고향에 목회자로 일하다가 스위스로 유학까지 가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의 교수가 된 이후 나중에 총장까지 되신 분이십니다. 이분의 길을 열어준 사람은 다른 분이 아닌 무명의 집배원인데 수신인이 하나님인 편지였기에 하나님이 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교회에 전해준 집배원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잘 완수한 결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그 정신이 하늘에 닿아 하나님의 은혜로 오늘의 오 총장을 있게 하여 준 장본인이십니다. 그러니 하나님은 늘 우리 인간들 곁에 있기에 인연이란 다른데 있는 게 아니라 항상 자기 가까운 곳에 있음을 느끼게 되지요.
필자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이 창현’ 국어선생님의 작문 시간에 숙제로 낸 작문 한가지씩을 제출했는데 제가 ‘얼굴’이란 내용의 글을 써 낸 적이 있는데 학년 전체에서 1등으로 뽑혀 교단에서 하시는 말씀이 이 형문은 장차 글 쓰는 작가로 가면 좋겠다는 말씀에 힘입어 그 당시로는 문학부문으로 서울대에는 이승령 교수님이 계셨고, 연세대학에는 최현배 교수님이 계시고, 동국대학에는 양주동, 백철, 이동주, 서정주 최학선 교수님들이 거의 집중돼 있어 입학하는 데는 6,25사변 이후(1954년도)라서 큰 어려움이 없어 동국대로 갔습니다.
6․25전쟁 후라서 생계가 누구나 어려워 시골서 대학진학이 여간 어려운 때인데 필자의 선친께서는 당시 여수에서(경남상회)(해산물위탁상과 유류(油類)업과 미곡(米穀)과 소금(鹽業)취급) 사업을 크게 하시어 선친은 사업의 뒤를 이을 목적으로 저를 경제학과를 가라고 누차 말했으나 결국 국문학과를 선택하고 말았지요.
당시 글 제목 ‘얼굴’의 내용을 기억해보니 하나님이 인간을 이 세상에 보내며 저마다의 모습대로 저토록 정교하게 창조하셨을까? 라는 의문의 글과 나이가 들어 갈수록 얼굴모습이 변해가는 것과 그 사람의 표정으로 삶의 질을 읽을 수 있고, 얼굴 형태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대강 짐작하는 인간관계의 표현 등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 쓴 것을 기억해봅니다.
결국, 학생시절에 선생님의 격려 한마디가 훗날 교직생활을 하게했고, 무역업의 직업 속에서도 이날까지 글 쓰는 길로 평생을 살아와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토록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누구나에게 주어진 삶의 길이 있듯 사주팔자를 타고난다지만, 저마다 자기의 분복(分福)대로 인연 따라 살아가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사주팔자란 무엇일까.? 의역적인 전문 용어인데 엄마와 탯줄로 연결되어 있어 단전호흡을 하다가 엄마의 배속을 나오면서 선천(先天)에서 후천(後天)의 세계로 넘어오는 순간 폐호흡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죽는 날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뛰는데 태어나자마자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그 때 그 순간 우주의 기운이 호흡을 통해 아기의 신체에 각인되고, 탯줄을 자르는 순간 우주의 기운이 몸으로 들어오는 그 시차의 순간 심장의 박동이 움직이기 시작 죽는 날 까지 타고나는 인연의 기간을 가리켜 사주팔자라고 한다지요.
그러므로 천지(天地)의 기운은 반드시 존재의 생리와 상응하기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은 하나라고 합니다. 마치 우리인간의 오장육부가 지구의 5대양 6대주이듯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존재 자체는 우주적 원천을 벗어날 수 없고, 우주가 곧 모태고, 또 마지막 귀향처(죽음)라는 사실의 관계를 만들고, 사건과 인연을 불러온다고 하는데 그 접촉과 변이가 바로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건데, 이 모두를 따지고 보면 모든 사실의 전부가 하나님의 섭리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뜻을 사주팔자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우주만물이 생동할 수 있도록 물, 불, 바람의 수호(守護)를 준다고 할 때 우리인간들이 살아가는 동안 얼마만큼 성실하고 사람답고, 값지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지요. 또한, 환경이나 조건과 선대의 흐름에서 이어받는 인연의 연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기에 어디에 살아가든, 무엇을 하던 간에 자기 역할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면서 지켜나가는가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처신의 발판이 되고, 자신이 남을 얼마나 배려하고, 고개 숙이며 사랑하며 살아가느냐하는 그 정신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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