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서 농촌의 희망을 캐고 있는 공무원
경북 박사출신, 강진농업기술센터 최영준 연구사
군동면 호계리의 농업기술센터 사무실 옆 공간에는 크고 작은 10여동의 각종 온실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강진군 농업인들이 주로 재배하고 있는 소득작목인 딸기, 흑토마토, 수국 등이 실증재배되고 있고 아열대 과수작물 연구동에는 일반인들이 잘 볼 수 없는 낯선 나무들이 심어져 있으며, 한해 수십만 개의 꽃모종을 만드는 육묘장도 함께 있다. 시험포장 한가운데에는 최근 소득작물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딸기 고설재배 시설과 육묘시설이 눈에 띄며 반대쪽에는 흑토마토가 심어져 영글고 있었다.
이런 실험하우스에서 연일 땀방울을 흘리며 소득작물과 재배기술을 연구 보급하고 있는 공무원이 있는데 그가 바로 최영준 농업연구사이다. 최 연구사는 특이하게도 경상도 대구 출신으로 2003년 영남대학교에서 채소학 박사학위를 마친 후 경북대학교의 연구교수 및 미국의 UC Davis 대학 연수과정을 거치면서 농업전문가가 되기 위한 꿈을 키웠고, 귀국 후 농촌진흥청 부산 시설원예시험장에서 계약직 근무 중 2006년 12월 연구직공무원 채용 시험을 거쳐 강진군농업기술센터에 임용된 후 현재까지 재직 중에 있다.
“처음 발령지가 강진인 것을 알고 지도에서 한참을 찾았던 기억이 나다.”며 처음 공직에 들어선 때를 회상하는 최 연구사는 슬하에 세 딸을 두었는데 둘째와 셋째 아이를 강진서 낳았다고 한다.
그는 현재 한국생물환경조절학회의 정회원이며 전라남도기술원 특화작목 딸기산학연 협력사업 기술전문위원에 위촉된 바 있고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의 교관교육 딸기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 딸기박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열매를 맺는 채소인 과채류전문가로 딸기 이외에도 토마토, 참외, 수박, 여주, 고추 등 농업인 기술지도와 농가교육을 도맡고 있다.
강진에 발령받자마자 맡은 업무가 바로 딸기 재배 농가 기술지도였는데 때마침 강진에 고설식수경재배 시설이 도입되어 있었다. 농업공무원으로서 어떻게든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판단 하에 관련 전문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강진농민들과 함께 연구하고 배워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 강진에는 51ha의 면적에 150여 농가가 딸기재배를 하고 있으며 그중 1/3인 50여 농가가 고설식수경재배로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적은 면적에서 고소득을 실현할 수 있는 딸기재배는 귀농인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현재까지 22명의 귀농인이 딸기재배를 선택하여 대부분 실패 없이 정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의 기술지도를 바로 최박사가 담당하고 있는데 매해 야간집중 교육과 생육시기에 맞춰 실시하는 맞춤형 교육을 통해 실패 없는 딸기재배가 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8월말 경에는 최박사가 연중 가장 바쁜 시기다. 딸기묘의 화아분화가 되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 주어 딸기정식시기를 결정해 준다. 이것은 딸기를 빨리 수확하게도 하지만 연속적으로 수확하도록 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작업으로 시․군단위에서 화아분화를 확인하는 곳은 전남서 강진과 담양뿐이다. 또한 수경재배 농가의 수질분석과 양액조성을 실시하여 안정적인 농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최 박사는 딸기와 관련하여 특허 2건, 디자인특허 1건, 실용신안 2건을 취득하였고 학회논문발표도 한바 있다. 강진 농업인들과 함께 하트딸기 브랜드화 연구, 배지로터리기 개발연구, 여름철 참외재배 기술개발 등에 관해 연구한 결과들인데 군동의 하트딸기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어 강진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시범사업을 통해 딸기재배농가들의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추진하였는데 그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을 꼽으라는 질문에 단연 폿트 육묘사업이라고 한다.
“딸기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묘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07년부터 강진에 보급된 고설식 폿트 육묘 시스템이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데 한때 농민들한테 인기가 없어 많은 예산을 반납한 적도 있다”고 한다. 반납한 예산을 다음해 다시 신청하고 담당부서를 설득하여 예산확보 후 농민들 사이에서 효과가 인정되면서 정착되었다고 한다.
강진 전체에 필요한 딸기모종 개수가 약 5백만 묘인데 고설폿트 묘로만 약 2백만 묘 이상을 생산할 정도로 사업이 안착되었고 이를 통해 강진농업인들의 딸기수확량도 높아져 소득에 큰 보탬이 된다고 한다.
최 연구사가 지금까지 강진에 도입하여 정착한 작물은 아스파라거스, 흑토마토, 여주, 콜라비, 미니밤호박 등 생소한 이름의 작물이 주를 이루는데 강진의 기후와 농업인 여건에 맞는 작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밭면적이 적고 노동력이 풍부하지 않은 강진의 불리함 속에서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만한 작물이 많지 않아서 큰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나 미래성장가능성이 있는 작물을 찾다보니 생소한 작물을 많이 도입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서도 농업인과 함께 노력하여 지금까지 몇몇 작물은 결실을 맺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최 연구사의 설명이었다. 이중 여주의 경우 올해까지 약 6ha에서 30명의 농업인이 재배하고 있는데 작년 전남도 공모사업에 응모하여 사업비 2억 8천만원을 확보하여 가공시설, 여주덕재배, 비가림하우스 재배, 체험농장육성, 브랜드 개발, 홍보 등 다양한 방면에 사업비를 투입 농업인들에게 큰 소득을 올리고 있다.
강진여주는 ‘해찬여주’라는 브랜드로 전국에 판매 유통되고 있는데 관내 가공업체와 연계한 가공식품 개발도 적극 지원하여 현재 여주차, 환, 가루, 액즙, 건여주 등 약 12종의 가공식품과 전국 최초의 여주음료를 개발하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여주의 도입에 관해 최연구사는 2011년 어느날 최 연구사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는데 여주재배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 전부 사겠다는 업체의 전화였다. 그 전화가 계기가 되어 여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그 기능성이 뛰어나고 세계적으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미래 소득작물로 상당히 매력적인 작물임을 알게 되어 연구, 보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주는 쓴오이라고 불리는데 껍질에 혹 같은 돌기로 덮여있는 열매로 특수성분인 카란틴과 공액리놀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 개선에 도움이 된다. 또한 비타민 C 함량이 채 소중에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기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 박사는 여주 도입 때 농업기술센터 실증포장에서 우선 시험재배하여 최고의 품종과 재배방법을 찾고 적기에 수확, 건조하여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등 강진여주의 정체성 확립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소비자들로부터 다른 지역 여주보다 강진여주가 월등히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하였다.
최 박사가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품목별 농업인 연구회 모임이라고 한다. 그는 강진의 딸기고설재배연구회, 딸기육묘연구회, 해찬여주연구회, 한마음토마토연구회, 아스파라거스연구회, 미니밤호박연구회의 120여 의 농가에 대한 기술지도와 연구모임을 주도하고 있는데 시기적절한 교육과 견학을 통해 새로운 농업기술축적과 정보 수집에 매진한다고 한다.
농업인을 일대일로 만나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가르치고 교육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므로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연구회를 결성하게 고 같이 연구하며 정보교류를 하게 되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또한 최 박사 스스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알게 되므로 최 박사 자신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회를 아끼는 심경을 느낄 수 있었다.
품목별 농업인 연구회는 14개회에서 약 1200여 농업인이 참여하여 매년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고 있는데 새로운 기술개발과 정보교류의 장이 되어 강진 농업발전에 기여한다는 평이다.
귀농귀촌정책과 효과에 대해 최 박사는 강진의 귀농인은 매해 100여 농가로 사람 수로 따지면 300명 이상이 유입되는데, 한편에서는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잡음도 없지 않지만 농업적인 측면에서 귀농인들은 상당히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젊은 사람들이 많고, 도시에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으며 인터넷 사용에 대부분 익숙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강진 농업 전체에 큰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강진은 전국 최초로 귀농조례가 지정되어 2007년부터 현재까지 727가구 1,827명이 귀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 귀농귀촌진흥원의 귀농귀촌 베스트 5군데의 후보지에 선정되는 등 귀농․귀촌 1번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최 박사의 농업연구사로서 목표와 포부를 물었다.
“궁극적인 목표는 농업인들이 부자가 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내 스스로 더욱더 공부와 연구를 거듭하여 나를 만나는 모든 농업인들이 부자가 되도록 농업 ‘미다스의 손’이 되고 싶다. 단기적인 목표는 강진 농산물중 전국적인 대표 농산물 한가지를 만들고 싶다. 많은 작물을 시도하고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인 특화작물로 꼽을만한 것은 없는 실정이다. 농업인들이 계시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저의 존재가 가능하므로 끝까지 농업 공직자로 헌신하고자 하며 연구지도공무원으로서 더욱 신중하게 업무에 임하리라 다짐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돈버는 농업을 하기위해 해야 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소득향상을 꿈꾸며 많은 분들이 재배할 작물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지만 어떤 작물을 선택하면 돈이 된다라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된다. 똑같은 딸기를 재배해도 어떤 분은 1억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지만 어떤 분들은 1천만 원의 소득도 못 건지는 분이 계신다. 따라서 ‘실패하는 사람은 있어도 실패하는 작물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에 따라 돈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따라서 본인의 자산 또는 노동력 투입여건 등의 환경을 고려하여 전문가와 상의하여 작물을 결정하고 어떻게 재배하며 어떻게 팔 것인가를 신중하게 공부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거듭하다보면 소득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될 것이다”며 농업인들에게 많은 노력과 공부하기를 권유하였다.
최 연구사는 강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농업이 사양 산업이 아닌 희망이 있는 산업임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며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농업농촌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곧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는 시기를 맞이하여 앞으로 더욱더 많은 분들이 농촌을 찾을 것이라며 공직자로서 이런 분들이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하여 농촌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다짐을 보이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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