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이 책
‘이기는 정당’ 되기 위해 민주당에 경종 울린 황주홍 의원의
“국민은 비록 틀렸을지라도 옳다” 새 정치 난상토론
이 책은 제목에서 예감할 수 있듯이 새 정치를 위한 난상토론(김만흠 정치평론가, 김태일 정치학자, 황주홍 국회의원)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강진군수 3선의 현장체험을 통한 내공이 만만치 않은 황 의원은, 비록 초선이지만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석·박사를 받았고 민주당 내에서 정조위원장을 지냈으며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낸 의원답게 정치적 실력이 유감없이 나타나 있는 이 책에서 민주당을 사랑하는 그의 애정을 절절이 느낄 수 있다.
황 의원이 먼저 제안을 해서 두 정치학자와 정치평론가가 난상토론을 벌인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이 책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60%의 국민이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상황임에도 박근혜 후보에게 분패를 하고만 쓰라림과 아쉬움, 그리고 민주당의 총체적인 진단과 함께 변화를 촉구하는 새로운 동력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대해 상호 묻고 답하는 내용이다.
황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교수와의 합병 회담을 할 때부터, 그리고 박근혜후보와 전면전을 벌일 때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를테면 박근혜 후보는 의원직을 내려놓고 국민 곁으로 다가가고 있는데, 왜 문재인 후보는 의원 뺏지를 단 채 대선에 임하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처럼, 박근혜 후보처럼 우리도 그렇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논리성을 부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동영 후보처럼 문재인 후보처럼 대선에 임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주장은 대선이 끝난 오늘 날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위기가 지속되고 있었는데, 서울시 무상급식에 따른 국민투표에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안철수 교수의 등장으로 ‘박근혜 대세론’에 처음으로 제동을 거는 상황이 생겼고, 이명박 정부의 부패가 줄줄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한나라당은 당 해산론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으로 당명까지 바꿔가면서 당 혁신에 성공을 한다.
그러나 그 때 민주당은 친노 세력의 정치적 구심점이 강했고, 권력투쟁의 성격으로 출발하는 것에 대해 황 의원은 여러 차례 지적을 했지만 결국 민주당이 엘리트 취향을 버리지 못한 채 총선 패배가 편향된 공천으로 이어져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바일투표 역시 재앙이었고 인재(人災)였다고 주장한 황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이정희 후보를 오히려 두둔한 일이 민심에 역행했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대선 패배에 이어진 총선 패배에도 오히려 민주당 지도부는 흡족해 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위기의식이 없다는 것인데, 심각성을 인식하는 일이 민주당 재건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의 민주당을 말한다’에서는 개인적인 삶이나 정당의 운명에 있어서나 한 때의 행운이 불운으로 이어지는 일들이 많으므로 정당은 늘 민심의 동향에 대해 예민한 더듬이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국민을 기준으로 삼는 겸허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호남 정치인들이 안주를 해 온 면이 있다는 것은 끝없이 변화를 열망하는 호남인들에게는 불만과 반감을 가져온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호남 지역민들이 호남출신 국회의원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것은 민주당내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호남출신 국회의원들이 민주당을 뒷받침해주고 뜨거운 열망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왜 이 지역 정서를 대변하고 이끌어내지 못하느냐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난상토론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실패한 대선전략과 사생관이 부족했던 문재인 후보에 대해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국립현충원에서 드러난 편협함과 개인이미지 뿐이었던 점도 민주당 의 지지기반을 확장하고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투표율의 전략적 오판과 역량감을 주지 못했던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여러 사실을 놓고 평가했다. 대선 패배가 안겨준 교훈은 무엇인가에 대한 난상토론에서 황 의원은, 연패보다 위험한 지도부의 불감증 때문이라고 두 개의 선거에서 연패한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지 못하고 있으므로 산업화 대 민주화의 대결적 정치의 종말을 고하고 탈산업화와 후기 민주주의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를 창출해야 할 절제절명의 과제 앞에 놓여져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와 민주당이란 난상토론에서는 박근혜의 리더십이 위기 속에서 탄생되었다고 진단하고, 민주당의 공로로 박근혜 정부가 탄생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민주당이 버려야 할 기장 나쁜 악습의 하나는 ‘남 탓’이라고 진단했다.
‘2017년 집권을 바라는 민주당에게’란 의제의 난상토론은 승리와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미국, 영국 등 외국 진보정당의 성공학을 열거하고 나서 소수 의사가 존중되는 다수의 지배와 협의제적 민주주의, 그리고 새누리당을 더 이상 타도의 대상이 아니고 우리와 함께 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해가는 책임 있는 정당이라고 주장한 황 의원은, 안보 문제와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하며 왜 모든 문제에서 차별화해야 하는 것인가 반문했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면 민주당에 희망이 있겠느냐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독선과 불통의 박근혜를 민주당이 다독이고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집권을 준비하는 민주당을 위하여’에 대해 계파의 벽을 넘어야 하며, 자유민주주의 전통을 계승하는 민주당이 되어야 하고, 이러기 위해서는 민주적 논의 과정을 건설하고 당내 민주주의와 당원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김만흠 · 김태일 두 분 교수의 공동 작업은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학습이었다”며 “워낙 높은 당대 논객들이신 데다 자기 몫에도 충실하여 형식은 동업이었지만 실은 배우고 익히니 아니 기쁠소냐”고 소감을 피력했다.
황 의원의 정치철학은 국민이고, 민심이며, 여론임을 늘 강조한다. 부제에서 ‘국민은 비록 틀렸을지라도 옳다’란 말에서 그의 정치철학의 깊이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케 한다. 이는 다산 정약용의 정치사상과 같음을 알 수 있다. 다산은 여유당전서 1집 10 원목(原牧)에서 “백성은 통치자를 위해 생겨난 것이 결코 아니다”며 “태고의 시초는 백성 뿐이었으므로 어찌 통치자가 있었을 것인가”하고나서 “그러나 그 법이라는 것이 모두 통치자를 높이고 백성을 낮추며 아래의 것을 깎아서 위에 갖다 붙이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한결같이 백성이 통치자를 위해 생겨난 것처럼 되어 버렸다”고 개탄해마지 않았다.
다산은 공자의 언행에 관한 저서가 있으나 후학이 가장 존신예행(尊信禮行)할 책은 오직 「논어論語」의 한 부일 뿐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실천뿐임”을 강조했다. 실천, 그것은 황주홍 의원이 가야할 길이고, 이 책은 황 의원이 가야 할 정치적 지침서로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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